공주시장 김정섭
고향에 왔다가 돌아갈 때 차에 기름을 ‘만땅’ 채우고 가는 출향인의 마음을 아시는가. 모교에 장학금을 매년 내면서 후배들을 응원하는 졸업생의 정성을 아시는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내 고향과 모교가 잘 되는 것뿐.

이러한 마음을 담아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고향사랑기부금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넘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고향이나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세액 공제 혜택과 함께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마치 정치후원금 제도와 비슷하다.

사실 지역을 살리는 것은 국세와 지방세의 합리적인 세제 분리를 통해 재정자립도를 높여주는 것이 정공법이다. 하지만 이른바 ‘고향세’ 도입으로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는 처방도 못 쓸 것 없다. 그만큼 ‘고향소멸’ 위기가 심각하다는 말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의 살림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지자체는 복지‧문화‧의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기부자들에게 농‧특산물을 지급해 지역농업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8년 고향세 제도를 도입했는데, 시행 첫 해에 8백억 원 규모였던 것이 10년 후에는 무려 6조원에 가깝게 커져 지자체간 세수 격차를 완화하고 있다. 인구수를 몇 배나 뛰어넘는 납부 건수를 매년 기록하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시행하고 몇 년이 지나면 지방이 점차 활력을 되찾고, 출향인들도 발전하는 고향 소식에 자긍심을 느끼고 ‘언젠가는 돌아갈 고향’에 더욱 애정을 키워 마침내 실제 귀향을 촉진하지 않을까?

일찌감치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와 지방분권 로드맵 30대 과제에 포함되었는데 아직도 논의 중인 이유는 무엇인가. 사정이 덜 급한 수도권 의원들이 반대한다고 하는데, 그분들의 선대들도 대부분 시골 지방 출신일텐데 그런 말을 믿고 싶지 않다.

지자체간 실적 경쟁이 과열될까봐 걱정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미 지자체간 생존 경쟁은 무시로 벌어지고 있다. 중앙정부의 각종 공모사업이 대표적인데, 이웃한 지자체 간에도 얼굴 붉히는 국비 따오기 경쟁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을 듣지 말고 헌법에 명시된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과감히 시행해볼 일이다.
내 고향 내 마을 사라지기 전에 애향 기부금으로라도 살려보겠다는 그 마음,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따뜻하게 안아주시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