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서울· 부산 4·7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야당의 압승이다. 41대 0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내년 대선과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가늠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선거였다. 결과는 압승과 참패였다. 이것이 바로 민심이 보여준 선거결과이다.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확인했다. 국민위에 군림하는 권력은 언제든지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는 점이다. 권력을 쟁취한 뒤 이에 도취하여 잠시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이 국민 위에 서려한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임을 다시금 일깨우는 선거였다. 국민 스스로도 놀랐다.

이번 선거는 네거티브선거로서 시종일관 추한 선거전의 모습을 연출했다. 바라보는 국민들의 식상함은 서울이나 부산시민이 아니더라도 하늘을 찔렀다. 대한민국의 수도와 제2의 도시의 선거가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나 싶어 국민들이 크게 실망한 선거이기도 했다. 수많은 조롱거리와 비아냥거림이 등장했다.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오로지 비방전에 몰입했다. 누가 더 이런 선거에 열중했는지는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선거전을 펼친 정당들은 통렬한 반성이 뒤따라야 된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이런 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승자나 패자나 모두 국민이 선거로 보여준 진정한 참뜻을 바로 보아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는 말을 많이 해왔다. 나아가 선거는 국민들의 축제라고까지 미화했다. 하지만 실상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들은 분열과 반복의 길을 답습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정치세력과 권력이 늘 위치해 왔다. 정상모리배들이 창궐하고 선거브로커들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바로 선거판이었음을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분열과 반목.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점철된 선거판은 이번 선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국민들의 식상함이 임계점을 넘어선 선거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20대와 30대 젊은이들이 무엇을 생각하는 지도 확인한 선거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추종이나 지지는 이제는 과거의 일이라는 점을 우리의 젊은이들은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 시대의 고통을 받는 주역이면서 미래세대의 주인공들의 올바른 의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의 밝은 희망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기성세대들의 위선과 가식의 정치는 이제 그 가면을 벗어던지지 않으면 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는 그 결과로 말해주고 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국민들은 고통의 길을 걸어가고 민생은 거꾸로 가는 형국이 되어버린 것이 어디 한 두 번 이었던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선거를 잘못 치룬 결과는 참담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너무나 뼈저리게 깨닫고 있는 국민들이다. 민주주의의 꽃이 되어야 할 선거가 ‘향기 없는 꽃’의 선거가 되고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선거가 난장판이 되어 버린 경우가 다반사였음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정치가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고 이 땅의 젊은이들이 희망의 세대로 큰 변화를 갖고 있는데도 그렇다.

이제 눈가림식 선심공약이나 위무공작은 설 땅을 잃었다. 선거 때만 잠시 젊은이들의 환심을 사려는 착각에 아직도 빠져 있다면 이는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자 어리석음에 다름이 아니다.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들도 따라가지 못하는 IT능력과 재능을 갖춘 세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컴퓨터 키판이나 휴대폰에서 손가락이 날라 다닐 정도이다. 검색능력이나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기성세대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이른바 정보생성능력이나 습득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세대들을 경험치가 부족한 젊은이들로 재단하는 기성세대들의 시각은 우리 젊은이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청년취업대란으로 장기간에 걸쳐 청년백수가 난무하는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은 나름대로 삶의 혈투를 벌이면서 희망한국의 내일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내년 선거가 어떻게 치러질 것인지를 보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이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될 것이다. 선거판의 이합집산 움직임도 불을 보듯 뻔하다. 자천타천의 후보군들이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들도 이번 선거 이후의 정치 판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각 정당들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정치일정에도 돌입했다. 이 모든 것이 내년 양대 선거에 맞물려 있는 매우 중요한 정치행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초점의 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이번 선거의 민심을 확인한 정당들은 이제부터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갖가지 정책들을 쏟아내 놓을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빅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1회성 이벤트를 가지고 국민들을 ‘눈 가리고 아웅’하며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대한민국 서민경제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이 되려하는 정치인들은 작금의 경제현실을 시중 밑바닥에서부터 정확히 파악해 나서야 한다. 코로나19로 초토화된 민생경제로 인해 고통겪고 있는 국민들의 힘든 현실을 외면하고 매화타령이나 하면서 민심을 얻으려 한다면 이는 출발점부터 결격사유이다. 아예 처음부터 나서지 말아야 한다. 나 홀로 잘나서 선거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정당의 조직력을 이용하여 이른바 패거리정치판을 만들어 국민을 우롱하는 표리부동의 인물들도 분명히 있어왔다.

이제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읍소하는 시대를 맞았다. 평소에는 권력자들이 힘으로 갖은 이유를 들어 국민들을 억누르고 역주행할지는 모르지만 그 힘이 국민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정상모리배들을 철저히 속아내야 한다. 그 막강한 권한이 국민에게 주어져 있다. 내년 대선과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이번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가 무엇 때문에 치러지고 천문학적인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지를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참으로 부끄럽고 어처구니없는 보궐선거라는 점에서 역사 앞에 준엄한 심판을 영원히 받을 것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도자의 길을 걸어가고 국민의 표를 통하여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남다른 도덕성과 정직성, 사명감과 역사의식을 갖고 국민 앞에 서야 한다. 이번 선거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선거에서 민심을 잃으면 아무리 잘난 체 해도 유권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경각심을 던져 주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사회구조나 경제구조가 아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동산대란에서부터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불황과 민생경제난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난을 겪고 있는데도 이를 애써 외면하고 매화타령을 한다면 지도자의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이다. 국민들의 눈물과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해도 부가가치세 문제 등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그 혜택의 사각지대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이 너무나 많다. 실제 이들이 엄청난 고통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을 풀었기 때문에 마치 엄청난 도움을 모두에게 준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착각 중에 착각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도 이 땅의 국민이고 유권자인 주인이다. 차별받기를 원치 않는다. 이들의 표심이 어디에 머물겠는가를 자문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인이 아니다. 표로 먹고사는 사람이라고 자신들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다.

경제가 어려워 국민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하면 이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또한 착각 중에 착각이고 현실인식이 바닥인 것이다. 누가 표를 주겠는가는 불문가지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단계만 높여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서민경제가 초토화되던 말든 이를 지키라며 초가삼간 다 태우는 식의 방역과 처방만을 고집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도 폭발할 것이다. 작금에도 보다 안전한 백신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염원을 외면한 채 불안한 백신을 강제접종하려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과연 이를 신뢰하리라고 생각한다면 이 역시 큰 오산이다. 이번 선거는 이런 차원에서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이 시대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제 ‘등 가려운데 발바닥 긁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이제 정치인들의 어리석은 꼼수와 진부한 노림수는 국민에게 이른바 ‘먹히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번 선거가 보여준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이번 선거에 대한 많은 분석들을 내놓고 있지만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할 대목은 바로 ‘헌법 제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Identity)이다. 이 헌법정신에 함축된 ‘대한민국’과 ‘국민’의 의미를 정치인들은 정확히 되새겨야 한다. 이번 선거는 이런 민심의 준엄함을 보여준 심판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인인 국민이 무엇을 원하며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를 말해주었다. 민심을 표로 보여주었다.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갖은 공약들이 남발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제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그 어떤 허상과 안하무인, 순간적인 노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정치권은 이를 깊이 새겨야 한다.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고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보다 성숙한 선진정치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불법과 탈법을 척결하고 정정당당하게 치러져야 한다. 그리고 선거이후에는 ‘네 편 내 편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 주민 모두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되어 국민들이 등 가려울 때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지도자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지켜나가는 길이다. 압승과 참패라는 극단적인 양상을 그려낸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을 담아 정치인들이 대오각성하라는 단호한 메시지가 분명 담겨있다. 나아가 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을 올바로 섬기라는 값진 교훈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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