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자 소비자시민모임 대전지부 회장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집합금지’ 등 새로운 변화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일상회복을 위한 전국민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집단 면역’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이러한 코로나19 대장정 속에서 공공의료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공공의료기관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의 10%에 불과하지만, 코로나 환자의 80% 가까이를 치료한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그렇다면 전국민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공공의료기관의 중요성이 낮아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감염병과 같은 국가적 재난 위기 대응 역할은 다양한 공공의료의 역할 중 하나일 뿐이다. 코로나19 상황과는 별개로 공공의료는 지속적으로 확충되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은 수익성이 낮아 민간의료기관이 기피하지만 필수적인 분만이나 급성심근경색 등 응급의료 서비스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생명과도 직결되어, 공공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사망률 격차와 건강격차를 초래한다.

또한 공공의료는 지역 주민에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하여 장기적으로 개인별 건강 수준 향상에 기여한다. 건강증진과 같은 예방활동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필수적인 기능으로, 민간 의료기관과는 차별화되는 공공의료의 역할이다. 장기적으로 예방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역별·개인별 심각한 건강 불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도 대전의료원 설립이 확정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과 국민에게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설립자체만으로도 좋은 소식이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의료인력 확보와 설비 구축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당장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공공의료의 가치와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혜택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경제적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공의료의 공공성에 가치를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공공의료는 건강한 미래사회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과 같다. 공공의료만 극단적으로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10% 비율은 공공의료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건강한 국민이 있어야 건강한 나라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과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선에서 그 양과 질을 꾸준히 확충하고 개선하여 건강한 사회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