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대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확산 속에서 유럽 및 미국 등에서는 병실이 부족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지만, 우리나라는 코로나 환자의 80% 가까이를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함으로써 비교적 안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고, 이는 ‘k-방역’이라 불리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공의료는 코로나19 같은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음을 물론, 나아가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표준 진료를 도입할 수 있도록 모델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전체 보건의료 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데 꼭 필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공의료 현실은 아직 나아갈 길이 멀어 보인다. 2019년 기준 공공의료기관은 총 221개로 전체 의료기관의 5.5%에 불과하며, 이는 OECD 평균의 1/10 수준이다. 그마저도 일반의료 중심 공공의료기관은 63개소에 불과하며 지역별 격차가 큰 상황이다. 이렇게 취약한 공공의료는 지역 간 의료공급 및 건강 수준의 불평등,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는 상급병원 쏠림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정 규모의 지역별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의료기관이 늘어나면 지역별 거점 의료기관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합리적 가격으로 이용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 보호는 물론, 건강보험 지출 감소로 보험료 인상률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대응 역량이 강화되어 안정적 진료가 가능해지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공공의료 확충’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첫째, 공공의료기관 설립 및 운영 비용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공공병원 1개를 설립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500~2500억 원으로 이는 고속도로 8km, 신분당선 3km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공공병원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사회간접자본 투자비용 대비 큰 편은 아닐 것이다.

둘째, 공공의료기관 설립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예비타당성 조사 완화 또는 면제로 설립 장애요인을 완화하고 건립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이는 국회와 정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 만 하다.
마지막으로 열악한 공공의료기관의 인력과 시설에 대한 적극적 투자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를 확보하여 안정적인 선순환 운영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공공의료가 활성화되면 우리 국민은 어느 지역에 살든지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적기에 받을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해 국민 전체 건강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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