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백욱현

지난 해 코로나-19 대확산 시에, 유럽 및 미국 등에서 중환자실이나 입원병실이 없어 야전침대를 설치하거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 했지만, 우리나라는 코로나 환자의 80% 가까이를 전체 의료기관의 10% 밖에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했다.

이와 같이 공공의료는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집단감염 등 대규모 환자가 집중적으로 나타났던 시기, 환자들의 미입원 사망사고의 사례가 있었으며 이와 같이 공공병상이 없어 환자를 돌볼 수 없었던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부 국민들은 공공병원의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으나, 공공의료는 우수한 서비스를 적정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지방의료원 뿐만 아니라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학병원도 모두 공공병원이다.

공공병원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미 이용 집단에 비해 의료 질에 대한 평가가 높으며, 실제로 최첨단 시설과 장비를 보유하여 의료의 질에 대한 적정성평가(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우수한 등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지방의료원, 국립대학병원, 지자체 병원, 중앙정부 소속병원 등 총 221개소로 전체 의료기관의 5.5%에 불과하고, 병상은 9.6%밖에 되지 않는다.(‘19년 기준)

이는 OECD 평균(공공의료기관 비율 65.5%, 공공병상 비율 89.7%)의 1/10 수준이며, 그마저도 의료원 등 일반의료 중심 공공의료기관은 63개로 충분한 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로 편중되어 전국 70개 진료권 중 27개권에는 공공병원이 전무한 실정이며 시도별 공공의료 병상비율 또한 울산 0%, 인천은 4.5%인 반면에 강원 23.4%, 제주 32.1%로 그 격차 또한 크다.

이렇게 취약한 공공의료로 인해 지역 간 의료공급`건강수준의 불평등이 나타나고, 대도시로 의료기관이 집중되어 상급병원 쏠림 등 전달체계의 혼란과 표준진료를 벗어난 과잉`과소 진료 유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만약 공공병원이 지역별로 균형있게 분포했고 병상 여유가 있었다면 감염병 대응을 전담함으로써, 민간병원도 만성질환, 중증질환 등을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정규모의 권역별 공공의료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며 설립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와 지자체 국가보조금 차등 지원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현재 열악한 공공병원의 인력과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며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시장의 논리만을 따라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공공의료 확충을 국정과제로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13일 ‘감염병 대응,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국가,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 방안 등 다양한 방식으로 2025년까지 20개 내외의 지방의료원 등을 확충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신축 9개소, 증축 11개소)

또한, 국무회의 등을 거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지방의료원 신`증축시, 시도 지역은 3년 간 국고보조율(현행 50%)도 10%p 인상할 계획이다.

인구구조의 급격한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보건의료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에 대한 보건의료 서비스 향상 및 급격한 국민의료비 증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의료의 비중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고비용 사후치료 중심에서 사전질병예방, 건강증진중심으로 보건의료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공공의료가 활성화되면, 사람들은 어느 지역에 살든지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적기에 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민 전체의 평균적인 건강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이제 공공의료 기반 확충은 코로나19의 대확산을 계기로 감염 및 재난 대응의 관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공공의료기관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꼭 준비해야 할 과제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