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경 우송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COVID-19로 전례가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병상 부족, 중환자 치료용 병상 부족 등의 뉴스를 접하며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오래된 과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경남의 경우 최근 COVID-19로 진주의료원 폐쇄로 인한 공공의료기관에 대해 아쉬움을 연신 토로하고 있다. 공공의료의 재정비와 확충에 대한 요구는 2015년 MERS 사태 때도 그 필요성에 대해 절감한 경험이 우리에겐 있다. 해를 넘기며 우리는 여전히 COVID-19와 대치 중이고 그때와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공공의료는 단기간에 확립되지 않는다. 거시적으로 미래를 보고 기획하여 운영해야 한다. 현재 공공의료기관은 2019년 12월 말 기준 221개로 전체 의료기관 4,034개소의 5.5%에 해당하고 공공병상 수는 61,779병상으로 전체의 9.6%에 불과하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이러한 시국에서는 더욱 간절하다.

공공의료의 역할은 전염병 유행 등과 같은 국가적 재난 시 민간중심 의료체계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있는 것만 아니다. 먼저, 공공의료기관은 표준진료 및 모델 병원으로 기여하게 된다. 민간병원에서는 정부의 구상대로 표준진료나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진료나 모델 병원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면 적정 건강보험 수가 산출도 정확해지며 이는 합리적 수가 수준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은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 단체의 보건의료 정책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 정책의 빠른 정착과 효과검증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공공의료기관은 지역사회 여건에 맞는 지역사회 맞춤 진료 기능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공공의료 시스템 구축에 기반이 되어 지역사회와 국공립 대학병원의 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적으로 균형적으로 설립되어야 하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 보장도 확보가 된다. 공공의료기관은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교육, 각종 만성 질환 예방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

공공의료 강화로 인한 기대효과를 살펴보자. 공공의료기관이 시범으로 표준진료를 시행하면 불필요한 진료 및 비급여 항목이 감소할 수 있고 의료기관 간의 진료 기능의 중복을 피할 수 있다. 이는 건강보험재정의 건전화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의료의 질이 확보된다면 민간의료기관을 선도할 수 있다. 지역사회주민의 이용도 증가로 현재의 상급의료기관으로의 쏠림현상도 해결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지역사회 주민의 요구도를 충족시키고 다양한 건강증진 프로그램도 활성화 시킬수도 있다. 또한, 보건의료 정책 집행을 위한 비용과 시간을 단축 시킬 수도 있고 의료기기의 국산화, 국내 첨단 의료기술을 공공의료기관에서 사용함으로써 의료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투자 및 개발을 위한 시험장(test-bd)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공공의료 역할과 기대효과를 살펴보면서 또다시 공공의료의 확충의 당연성을 공감하다가도 기존 공공의료기관의 실태를 파악하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공공의료기관의 시설, 장비는 둘째치더라도 의료진의 수준이다.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과 시술을 위해서는 우수한 시설, 장비도 필요해서 둘째로 치던 것들도 다시 손꼽는 중요도 안에 들어오게 되어 버린다. 그러다 보니 악순환이고 또 제자리이다. 병원의 효율적 경영을 위해 전문성과 안정성도 확보되어야 하며 보건의료 정책의 시험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경영적자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혹자는 공공병원 관리공단 같은 새로운 공익기관 설립을 주장하지만, 이는 또 다른 비용을 발생시키므로 공공의료기관의 유기적 부서 구축과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KTX로 전국이 하루권에 들어온 시대에 보건의료서비스가 상급병원으로 쏠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보건의료서비스 질이 우선 확보되어야 한다.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해야하고 쾌적한 근무환경 등 의료진의 안정을 구축하기 위한 유인책을 강구해야한다. 지역주민도 믿고 건강진료를 맡고 보건의료 정책이 살아 숨 쉬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까지 갈 길은 멀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한 걸음 더 내디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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