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대전지방보훈청 보상과장

매일 아침 출근길에 ‘보훈은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입니다’라는 글귀를 마주한다. 이 글귀에는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고, 이들을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것이기에 보훈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잇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세월이 점차 흐름에 따라 과거를 선명하게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전청에서는 최근 제적등록기록철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가유공자와 유족이 모두 돌아가시거나, 더이상 보상 등의 혜택을 받을 유족이 없어 권리가 소멸된 자력(등록기록철)들을 영구적으로 보관하기 위함이다.

제적등록기록철은 1950~60년대에 등록된 것들이 대부분인지라 5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종이가 상해있거나 먼지가 쌓여 있다. 퀘퀘한 먼지를 털어내며 한 장 한 장 살펴보면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6‧25 전쟁터로 나가 팔다리를 잃으신 전상군경, 나라는 지켰지만 가족들을 뒤로하고 이 세상을 떠나야했던 전몰군경 등 국가유공자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리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남편을 전쟁터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아내 사진, 본인이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아버지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린이 사진, 아들을 둘이나 전쟁터에서 잃은 어머니의 사진 등 사랑하는 남편, 아버지, 아들을 먼저 보내야했던 유가족들의 가슴 저린 이야기를 안고 있다.

제적등록기록철을 데이터베이스화하기 위해 한 장 한 장씩 꺼내 볼 때마다 과거에 영원히 묻혀있었을지도 모를 이 이야기들이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자칫 보훈의 의미는 과거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보훈’은 과거의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료와 기록을 남겨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되새겨 현재, 나아가 미래세대가 우리나라에 자긍심을 갖고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전지방보훈청은 현재 진행 중인 제적등록기록철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의 헌신, 유가족의 아픔을 모두 제대로 기록하고자 한다. 유공자의 사망은 끝이 아니라 이어나가야 할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그 기록을 기억하고, 미래세대에 남겨 ‘진정한 보훈’의 의미를 실현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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