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연 병무청 차장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재료가 많고 좋아도 그것을 제대로 엮지 않으면 아무 쓸모 없다는 뜻이다. 협력, 공유, 분산을 특징으로 하는 데이터 경제시대에 어울리는 속담이 아닐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부흥을 이끈 사티아 나델라의 말처럼“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곧 성장 동력”이다. 세계 주요국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면서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올해 7월 한국판 뉴딜 종합정책을 발표하면서 데이터 활용을 디지털 뉴딜정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최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을 개정하여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없애고, 기업과 개인이 정보를 폭넓게 활용토록 한 것도 이러한 정책 방향의 연장선에 있다. 이렇듯 데이터를 경제활동의 핵심 자원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정보는 두텁게 보호하면서도 안전한 개방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데이터 경제시대의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 간 균형의 중요성은 750만 병역자원을 관리하는 병무행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창설 50주년을 맞는 병무청은 반세기 동안 병역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활용으로 국가 안보에 기여해 왔다. 특히 각종 병역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자료의 유출, 훼손은 물론 위·변조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해 왔다. 대량의 개인정보를 취급해야 하는 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2010년부터 주민등록번호 대신 개인별 고유식별번호인 병적번호를 도입하고, 2013년부터는 사이버안전센터를 구축,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외부 침입시도에 365일 대응할 수 있는 보안관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병역정보에 대한 안정화된 보호체계를 기반으로 데이터 경제시대에 발맞추어 공공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준비 또한 선제적으로 하고 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 행정 서비스를 혁신하고, 공공데이터 제공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여 개방 가능한 병역정보를 적극적으로 민간에 개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병무행정 데이터의 안전한 제공과 활용을 통한 연구 활용 촉진을 위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병무청이 10년간 축적한 장병 데이터 1000만 건을 데이터 안심구역을 통해 비식별화 처리해서 중소기업, 스타트업, 연구자 등에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개방된 양질의 데이터는 의료, 연구,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 있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호’와 ‘활용’은 언뜻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인다. 보호는 활용의 필수 전제조건이지만, 활용 없는 보호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병무청은 병역정보에 대한 보호체계를 한층 더 강화하면서도, 공공데이터를 안전하게 잘 활용하는 정책 추진으로 데이터 경제시대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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