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량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북악산 부근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수도 서울의 수장이며,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군으로 거론된 박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운 일이다. 박시장은 유원장에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남겼다.

198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아 6년간의 법적공방 끝에 승소해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첫 배상책임을 인정받아 한국사회의 인식을 바꾸어논 인권변호사, 시민운동의 대부, 최초 3선 서울시장, 차기 대권주자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박시장의 죽음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시의 한 여직원이 지난 8일, 박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여성 권익 보호를 강조해온 박 시장의 성추행 피소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이 극단적 선택의 이유였다면 너무도 황당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시장의 장례를 5일간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른다고 발표했다. 이또한 성추행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과연 적절한 조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박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조용히 기족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청원이 50만을 넘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겪어야 할 심적인 고통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 박시장 지지자들은 '고소인 색출하겠다'며, 고소한 여직원의 신상 털기에 나서는 한편, 확인 안된 고소인의 사진이 SNS에 떠돌고 있다. 이렇게 사건경위를 호도하기 위해 벌이는 것은 결코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성추문으로 추락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이어, 광역단체장은 벌써 세번째다. 선출직으로는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서울시장 직은 너무도 중요한 자리이다.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이라는 구실로 허투로 넘기지 말고, 모든 공직자들은 스스로를 뒤돌아 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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