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현충일이 오고 있다. 우리는 현충일이 오면 묘역에 나가서 정화활동을 하고 묘비마다 태극기를 꽂기도 한다. 그렇게 묘비 사이를 걸으면 멀리서는 같은 비석으로 보일지라도 가까이 보면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어느 겨울에 묘역에 나가보니 묘비에 외투가 걸쳐져 있었다. 누가 걸쳐놓고 갔는지 알 수 없지만 눈 오는 풍경으로 외투가 묘비에 걸쳐져 있고 소매 부분을 서로 묶어서 날아가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가슴이 찡하니 아팠다. 살아 있는 분을 대하듯 여기 잠들어 계신 분이 추울까봐 외투를 걸어놓은 것이다. 한참동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그 유가족의 아픔이 나의 발을 한동안 묶어 놓았다.

어버이날에 묘역에 나갔는데 카네이션이 놓여있었다. 자녀들이 놓고 간 것 같았다. 그 날에 부모님이 많이 그리웠고 보고팠나 보다. 분홍색의 카네이션이 하얀 화분에 담겨서 곱게 놓여있었다.

묘비들을 가까이 보면 앞면에는 이름이 있고 뒷면에는 출생일자와 사망일자가 새겨져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출생일자와 사망일자를 계산하면 6.25전쟁 당시에 스무 살 전후의 전사자들이 계신다.

더욱더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비석 옆면에 아무 기록이 없을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무연고자이다. 또 다른 비석 옆면에 훈장 기록이 있는데 전쟁에 공훈이 있어서 모셔진 경우이다.

또 다른 비석을 보면 형제가 나란히 모셔진 경우도 있다. 6.25전쟁 때 한날 한 부대에 배속되어 한 날 같은 전투에서 전사하였다. 주인공은 장병 묘역에 잠들어 계신 고 유석오․유석환 형제이다.

동생은 군대 갈 나이가 안 되었지만 형을 따라가 징집되어 입대했다고 한다. 둘은 항상 의지하며 같이 다녔고 군번을 받는 순간에도 바싹 붙어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군번은 ‘181005, 181014’이다.

어머니는 아들 2명을 전쟁터에서 잃고 평생을 눈물로 지새우셨다고 한다. 2001년 5월에 유해발굴작업 과정에서 형제의 유해를 발견했고 유전자 검사와 유족의 신분을 확인한 뒤에 2002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렇게 묘비 사이를 걸으면 다양한 사연과 아픔이 꽃처럼 피어있다. 이번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현충원을 방문하여 우리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국화 한 송이를 바치며 그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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