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세계 최초 텅 빈 겹꽃 모양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나노입자 개발 성공

[대전투데이 대전= 이정복 기자] 국내 연구진이 겹꽃 모양 나노구조의 새로운 세슘 흡착제를 개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와 효율로, 물 속 방사성 세슘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양희만 박사팀이 속은 비어있으면서 표면적이 큰 ‘세슘 제거용 꽃모양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나노흡착제(Hf-TiFC, Hollow flower-like Titanium FerroCyanide structure)’ 개발에 성공했다고 4월 28일 밝혔다.

세슘은 방사성 폐수 정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효율적인 제거가 어렵다. 특히 방사성폐수의 특성상 세슘과 화학적 거동이 비슷한 나트륨, 칼륨 등 경쟁이온이 다수 섞여있어 세슘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세슘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흡착제 개발이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바닷물과 같이 경쟁이온이 많거나 제염 후 만들어진 폐수처럼 강산성인 환경에서는 세슘 제거 효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한계가 있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나노흡착제는 세슘 흡착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특별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세슘 흡착에 활용되지 않는 입자 내부는 빈 공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입자 표면은 표면적이 큰 겹꽃 모양의 나노구조로 합성했다.

그 결과, 속이 비어 있지 않은 기존 미립자 형태의 금속-페로시아나이드에 비해 세슘 흡착 속도가 1만배 빨랐다. 후쿠시마 사고 수습에 사용된 타이타노 실리케이트에 비하면 32배 빠른 속도를 보였다.

흡착 용량도 뛰어나다. 1g 당 최대 454mg의 세슘을 제거한다. 기존 금속-페로시아나이드 대비 3배, 타이타노 실리케이트 대비 1.7배 뛰어난 결과다.

꽃 모양의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나노흡착제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 더욱 유용하다. 대표적인 경쟁 이온인 칼륨이 5,000ppm 이상 들어있는 폐수에서도 세슘을 선택하는 분배계수가 타이타노 실리케이트보다 261배 높았다.

해안에 자리잡는 원전의 특성상 바닷물에서 세슘을 제거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그런데 바닷물 속에서도 세슘을 99.1% 이상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타이타노 실리케이트의 제거율 78.9% 보다 월등히 우수한 결과다.

현재 사용되는 세슘 흡착제 대부분은 pH1 이하의 강산성 폐수에서 흡착 성능이 저하된다. 연구원 양희만 박사팀은 실제 현장 활용에 집중해 산성에 강한 티타늄을 사용했다. 티타늄과 특별한 형태 덕분에 강산성 폐수에서도 99.8% 이상의 세슘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같은 티타늄을 사용한 타이타노 실리케이트의 81.3% 제거율보다도 월등히 우수한 결과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원자력시설 사고시 발생하는 대량의 방사성 폐수나 원전 해체시 발생하는 강산성의 제염 공정 폐액을 처리할 때 활용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특허 출원 중이며, 미국, 일본, EU 등 해외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 이전을 통해 방사성 세슘을 제거해야 하는 실제 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연구를 주도한 양희만 박사는 “제조가 쉽고 간편해 상용화의 필수조건인 대량생산도 가능하다”며, “기존 흡착제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고 적은 양으로도 대량의 방사성 폐수를 처리할 수 있어 폐액 처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지난 4월 9일 화학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Hollow flower-like titanium ferrocyanide structure for the highly efficient removal of radioactive cesium from water’)됐다.

(사진 설명): 원자력연구원 양희만 박사팀이 새로운 세슘 흡착제를 개발했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