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들 중의 하나인 쪽방 주민을 위한 사회 각계각층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정부의 먹거리와 마스크 지원, 공동모금회의 마스크 및 먹거리 지원, 대한적십자사의 쌀과 먹거리 지원, 한국에너지재단의 마스크 지원, 철도시설공단의 먹거리 지원 등 먼저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발 빠르게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거리 노숙인 및 쪽방 주민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뒤를 이어 일반기업, 개인 등도 크고 작게 마음을 모아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거리 노숙인과 쪽방 주민을 위한 지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많은 단체와 사람들의 마음과 정성이 모아져 사회적 거리두기로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우리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인 거리 노숙인과 쪽방 주민들이 그래도 위로를 받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직접 벧엘의집을 방문하여 물품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아무리 시간을 달리하고, 지역을 나누어 물품을 배분해도 대부분은 아침 일찍부터 와서는 길게 줄을 선다는 것이다. 줄을 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을 최소 1미터 이상 거리를 두면 좋으련만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각종 지원물품을 나누는 것이 당연히 큰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원물품을 들고 가가호호 직접 방문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무실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놓고 팀을 나누어 직접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컵라면과 햇반을 시작으로 몇 주째 대전 전역에 흩어져 있는 벧엘의집에 등록된 쪽방 주민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에 나도 잠시 짬을 내어 함께 황윤식팀장의 동선에 동행하기로 했다. 많은 시간을 내지는 못했지만 중구 목척교 인근으로 오래전부터 재개발지역으로 묶여있는 지역으로 오래된 모텔촌 중의 하나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모텔들이어서 그런지 방들은 꽤 깨끗하고 괜찮았다. 월세는 20만원에서 33만원까지 벧엘의집 인근의 정동과 중동보다는 훨씬 비쌌다. 적십자에서 지원한 쌀 10kg과 먹거리 세트를 들고 찾아가 집에 계신 분들과 잠시 월세며 근황을 물으니 코로나19로 대부분 집에서만 지낸다고 한다.

벧엘 일꾼들은 매일 같은 일로 쪽방지역을 누비고 있으니 빨리 물건을 전해주고 다음 집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동행한 내가 그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잠시 물품을 전달하면서 방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하니 자꾸 시간이 지체된다. 우리 일꾼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도리어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현장에서 쪽방 주민들을 만나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잠시 초창기 대전역이며, 쪽방이며 가리지 않고 누비면서 그들을 만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현장보다는 사무실에 앉아서 그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한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그들 속으로 들어가자. 어쩌면 이번 코로나 19가 내게는 타성에 젖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했고 다시 한 번 처음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19가 모두를 힘들게 하지만 나름 내게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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