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오는 4월 15일 총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각 정당들은 뚜렷한 대책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물론 예비후보들의 대형 현수막은 도심 속에 현란하기 조차 하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지금 선거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장사꾼만 요란한 격이다. 중앙의 정치는 여전히 이합집산의 이해득실만 넘쳐나는 듯하다. 선거철 대목을 보려는 야심찬 셈법만이 눈에 보인다. 국민들을 위한 고뇌보다는 달라진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듯하다. 여기에다 만 18세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이 부여되자 이 역시 유불리 셈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벌써부터 젊은 세대들을 위한 선심성 행정이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선거철을 앞두고 여론조사기관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곳곳에서 여론조사가 공공연히 펼쳐지고 있다. 지역 언론사들도 예비후보들의 여론조사를 발표하며 추이를 살피고 있다. 사실 유권자들은 무관심한데도 발동을 거는 형국이다. 예비후보들의 난립에다 기존에 유력 후보의 불출마 선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물밑에서는 뜨거운 쟁탈전이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여론조사가 제대로 들어맞는다고 보기에는 다소 성급한 느낌이라는 지적이 많다. 왜냐하면 작금의 정치상황이 국민 불신이 매우 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만 ‘개발에 땀’이 나고 있다.
요즘 정치 불신만 큰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에도 그다지 큰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이 휴대폰으로 조사 의뢰를 시작하면 곧바로 끊어버리는 사례가 다반사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름이 아니라 희한한 여론조사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유명 여론조사기관의 설문에 응대하던 응답자가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고 밝혔다. 모 유명여론조사기관의 전화를 받고 응답도중 연령대를 밝히고 나서 질문이 이어졌는데 지지하는 정당의 설문에 답변을 하자 곧바로 응답자는 설문조사대상이 아니라며 끊어버렸다는 전언이다. 참으로 황당한 여론조사를 접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여론조작을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여론조사를 입맛에 맞게 하는 것인지 무작위 추출을 잘못하는 것인지 모집단 선정을 주먹구구식으로 하여 전화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행위가 드러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여론을 조작하여 발표한다고 한다면 이는 엄청난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무시로 펼쳐지고 있는 여론조사가 조사기관 입맛대로 이뤄진다면 이는 여론조사가 아니다. 공정한 여론조사를 통하여 진실에 대한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조작을 통하여 여론이 공개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런 여론조사결과가 시중 여론인양 대변이 된다면 이는 사기극에 다름이 아니다. 설문조사 도중에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황당한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마치 무슨 음모가 숨어있는 듯한 이런 여론조사의 행태가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니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작태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러다 보니까 국민들 사이에는 여론조사 자체를 불신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불신을 받는 여론조사를 언제까지 의존해야 하는지 국민들도 답답하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선거철 여론조사로 한 몫 챙기는 곳도 있으리라 생각이 되지만 그래도 여론조사만큼은 불공정이 아니라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이상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작태는 즉각 멈춰야 한다. 이제는 선거관리위원회도 여론조사를 불공정하게 실시하는 업체들이 난립하여 선거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가려내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유명 여론조사 기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어느 여론조사 기관이 공정한 곳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중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하도 황당한 설문조사가 유권자들을 우습게 알며 공공연히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조사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진실을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도 바로서고 나라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순리대로 이뤄져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공적인 일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민 불신을 자초하는 여론조사는 그 방법이나 절차, 조사기관들이 공신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유도성 질문이나 황당한 문답으로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에 다름이 아니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4월 15일 21대 총선은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개정된 선거법인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지하는 정당의 표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여론조사조차도 갈지자를 걷는다면 이 또한 국민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놓고 정치적 잔머리와 셈법이 엄청나게 펼쳐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세간의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거는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 가운데 참 이상한 여론조사로 엉뚱한 셈법을 하는 곳이 있다면 그 결과는 국민심판과 법적 조치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여론조사가 바로 서야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치러지고 정치가 바로 설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