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음력으로 1월 1일인 오는 25일은 우리 고유명절인 설 명절이다. 영어로 ’lunar new year‘로 ’happy‘만 맨 처음에 붙이면 음력 새해를 축하하는 인사가 된다. 양력설과 음력설의 역사는 정말 민족적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지금은 설이란 이름으로 공식적인 휴일로 지정되어 있지만 역사적으로 참으로 수난 많은 명절이다. 우리 설날을 구정이라해서 타파해야할 구습으로 탄압을 하던 때가 일제 강점기이다. 피식민지인 한국인이 지내는 음력설을 없애야한다는 의미에서 구정이고 양력이야말로 신정이라는 것이다. 작곡자 윤극영의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가 바로 이런 역사적인 아픔과 애환을 담고 있다.
해방이후에도 이중과세란 수난사가 지속되었다. 하지만 1985년 ’민속의 날‘이란 이름으로 지정해 공휴일로 지정했고 198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음력설을 설날로 개정해 전후 하루씩을 포함해 3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번은 설날이 일요일이라 27일 월요일이 대체 공휴일이다. 4일간의 연휴이다. 민족의 정체성과 서구와의 물결 속에서 수난을 겪으면서도 지켜온 설날은 그만큼 우리에게는 소중한 명절이다. 아무리 일제가 탄압하고 이중과세를 이유로 탄압했지만 우리 민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꺾으려는 그 어떤 정치적인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 신정과 구정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젊은 세대들은 다소 생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고유명절인 음력설을 지키려는 우리 민족의 애환은 눈물겹기만 하다. 그 어떤 정치적 외압도 민족정기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고향으로 향하는 설렘이 가득한 명절이 바로 설 명절이다.
설 명절은 전통 재래시장에서부터 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대목‘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른바 ’설 대목‘이다. 하지만 무서운 경제 한파가 전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기대이하의 실적으로 설 대목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선물세트 판매대도 한산하다고 한다. 예전 분위기나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여기에는 온라인 몰에 주도권을 빼앗긴 탓도 있지만 오프라인의 유통업계의 한숨소리는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즐겁고 행복해야할 명절이 오히려 괴롭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나온다. 상인들이나 서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북적대고 푸짐한 선물준비에 신나는 분위기가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설날이 다가오면 그래도 다소 썰렁한 분위기가 덜하고 대목분위기가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올해 설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다소 씁쓰레 하다. 그만큼 실물경기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치권만 매화타령이고 ’등어리‘ 가려운데 발바닥 긁고 있다.
과거 설날을 세뱃돈을 고대하고 고운 옷을 한번 새로 입던 시절의 모습이 기성세대들에게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설날이다. 콩나물시루 같은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으로 향하던 옛 정취는 사라지고 없지만 그래서 설 명절은 설 명절이다. 이제는 고속도로 정체가 설 명절을 말해주고 있다. 민족대이동이란 말이 등장한 것도 바로 명절을 지내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설 명절은 우리네 마음에 벌써 와 있다. 중국도 최대명절인 음력설 춘제를 앞두고 민족대이동이 지난 10일부터 시작되어 다음달 18일까지 40여 일간 지속된다. 무려 30억 명 가량이 이동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올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때문에 중국도 이중고가 예상이 된다. 하지만 명절을 향한 마음은 매한가지인 것 같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동요가 흘러나오면 기성세대들의 마음은 옛날로 돌아가게 된다. 설날은 누가 뭐래도 우리 민족이 지켜온 소중한 최대 명절이다. 외세에도 굴하지 않고 정치적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이를 지켜온 우리 민족이다. 우리는 그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는 민족이자 국민이다. 우리는 이를 통하여 가장 기초적이며 정상적인 마음가짐을 되새겨야 한다. 미풍양속을 지켜나가고 효와 인성을 바로 세우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바로 세배의 의미가 그렇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설날이 되었으면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정신이 우리에게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역경을 딛고 일어서면 분명 좋은 날이 오리라는 확신이다.
2020년 ’우리 우리 설날‘은 모두에게 즐겁고 행복한 설날이 되고 기쁨과 소망이 넘치는 값진 명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려운 이웃들도 함께 살피면서 말이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가 올해도 변함없이 펼치는 홀몸 어르신, 노숙인, 힘겨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떡국나눔‘도 우리네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21일부터 인천서구와 계양구를 시작으로 서울역과 인천 등지에서 4일간 펼쳐지게 된다. 이번 행사도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진다. 차고 넘치는 아름다운 나눔 행사로 많은 후원이 있었으면 한다. 경제 한파도 녹일 수 있는 이런 아름다운 나눔의 마음이 설 명절을 통해 예로부터 우리가 지켜온 소중한 정신이자 참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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