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행정수도 세종시는 대한민국의 사실상 행정의 중심지이자 요충지가 되었다. 지난 2012년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가 지난 2017년 착공 10년을 맞았고 올해로써 13년째로 접어들었다. 세종시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19년 11월 말 기준으로 무려 34만 4,476명을 돌파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세종시 출범당시 인구 10만 751명에 비하면 8년 만에 3배가량이 증가했고 지금도 증가속도는 개발 속도와 함께 급증하고 있다. 차량등록대수도 16만3,489대에 달하고 있다. 43개가 넘는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 등이 줄줄이 이전하면서 공동주택 공급과 생활편의시설들이 확충되면서 세종의 변화는 가히 괄목상대할 정도이다. 특히 대전광역시에서의 유입인구도 상당히 증가하여 이제는 세종시에서 대전시로 역으로 출퇴근하는 행렬이 아침저녁 러시아워에 줄을 잇고 있다.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그래도 2년 전 분양된 아파트 값도 배 이상이나 올랐다. 준공된 아파트에 입주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공동주택의 건설은 각 생활권마다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주변 교통여건에 아랑곳없이 그렇다.
그러나 세종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 않다. 특히 교통문제에 관한한 한심할 정도이다. 앞을 내다보는 계획도시인지 과연 행정수도가 맞는지 모두가 의아해 하고 있다. 행복청이 추진하는 각종 건설프로젝트는 가히 매머드 급이다. BRT를 자랑하고 고속BRT를 신설하느니 하는데 도무지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광역교통망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향후 심각한 교통문제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다. 지하철을 확장 연결하느니 KTX역을 만드느니 하면서 각종 프로젝트를 쏟아내 놓고 있지만 과연 지금 같은 도로망과 도로 폭을 갖고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은 증폭되고 있다. 지금의 도로 폭을 보면 과연 행복청이 세종시의 미래비전을 담아 교통체계를 고민했는지 참으로 의아할 정도이다. 그동안 행복청장이라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스쳐 지나가면서도 이런 문제를 제대로 진단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다름이 아니라는 지적이 강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이른바 LH가 추진해온 세종시의 건설은 도로망에 관한 한 실패작이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세종시의 인구 증가와 차량문제 등을 제대로 생각하지 않은 도로설계로 편도 2차선의 국도에다 편도 2차선의 시내도로가 지금도 출퇴근 시에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도로를 지하화하고 우회도로를 신설한다고 떠들어 대지만 나들목의 병목현상 때문에 우회도로는 심각한 체증현상을 빚고 있다. 공주에서 진입하는 지하도로와 대전 반석동으로 오가는 도로, 대덕연구단지를 오가는 길은 출퇴근시 한마디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KDI방면에서 대평동 쪽으로 지하도로로 진입하는 도로는 아파트로 나가는 도로를 제외하면 1차선으로 접어들려는 차량으로 뒤엉켜 늘 사고 위험까지 상존하고 있다. 들어오고 나가는 지하도로가 곳곳에서 교통사고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는 비난이 거센 이유이다. 미래 교통량을 예상하고 편도 8차선 이상 12차선으로 도로를 만들던지 아니면 만들 수 있게끔 여건을 조성했어야 하는데 아파트와 상가가 다 도로에 접하여 이제 도로 폭을 넓힌다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있다. 마치 유성의 리베라 호텔 옆 도로를 연상시킨다. 이미 들어선 건물과 엄청난 재원부담으로 확장을 사실상 포기한 병목구간이기도 하다.
지금의 세종시는 도로체계로 볼 때 중소도시의 조성보다 못할 정도로 앞을 보지 못하는 건설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다. 화려한 구호가 무색할 정도의 열악한 정주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통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세종시가 교통지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두가 한심하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도대체 행복청 실무자들이나 LH는 도로 현장을 가 보기는 했는지 궁금하다. 행여 도로 폭을 넓혀 기부체납을 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이런 도로 폭을 계획도시에 적용하지는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과거에 그런 행태를 대전에서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리동 고갯길의 요철이 심한 것은 토공비를 줄이려고 제대로 도로정비를 하지 않은 탓이라는 뒷말이 있다. 또한 대전 용운동 택지개발지구의 도로망도 당초에는 편도 2차선으로 해놨다가 진입하는 편도 1차선으로 거꾸로 맞추는 바람에 감당을 하지 못하는 도로 형태로 일방통행로가 되고 말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개발전철이 세종시에 적용되어 기부체납율을 떨어뜨리고자 했다면 이는 교통지옥 유발 책임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차제에 이런 도로망과 도로 폭을 도입한 배경과 원인을 분석하여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
3년 전 세종도서관 건립과 관련 부실공사시비가 뜨거웠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세종의 건설계획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매우 컸었다. 특히 세종의 집중호우로 새롬동 종합복지센터와 보람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준공한 건물들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물난리가 난 적도 있다. 주민센터 1층 바닥 침수피해, 빗물이 배관실을 통해 역류, 복지센터 1층에서 4층까지 누수 등등 아직도 회자되는 부분이다. 국도 1호선 주 지하차도도 하자보수 공사로 진통을 겪었다. 이런 졸속 건설현장이 세종시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행정수도니 세계적인 도시니 하면서 거창한 구호를 외치면서도 허상의 도시가 되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세종시는 상가공실과 BRT노선 상가들의 규제문제에다 영업난까지 겹쳐 자영업자들이 상상초월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망해나가는 곳이 세종시라는 푸념까지 들릴 정도이다. 여기에다 교통지옥까지 겹쳐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도시가 되고 있다.
한 방송사에서 최근 출퇴근 시간의 소요시간 등을 실제 현장취재로 방송하는 것을 주민들도 역시 공감하며 주의 깊게 보았다. 이는 교통지옥의 심각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본보도 지난 2017년 7월 ‘세종행복도시 엇박자 이대로 안 된다‘는 글을 통하여 우려의 시각을 다음과 같이 이미 전한 바 있다. “세계적인 행정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던 체면이 일순간 구겨지는 참으로 낮 뜨거운 일이다. 차제에 세종시에서 추진되는 모든 공공건설현장은 물론 민간 현장에도 보다 철저한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앞을 내다보는 계획도시 건설을 내세우고 있지만 세종시의 진입도로망과 도로 폭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향후 세종시의 유입인구를 감안하면 대전에서 진입하는 도로뿐만 아니라 첫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 등이 협소하여 향후 교통체증과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도로 폭은 물론 전근대적인 방사형 도로체계를 나선형으로 개선하는 등 교통전반에 대한 진단과 향후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한 세계적인 명품도시는 구호에만 그치고 교통대란으로 세계적인 교통지옥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눈으로 보는 지금도 그런데 앞으로 여러모로 더욱 걱정이다. 세종의 엇박자 이대로는 안 된다.”
세종시는 우리나라 행정수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신도시이다. 국회세종의사당도 건립하기 위하여 건립 설계비 10억 원이 올 예산에 책정되었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해 세종시로 이전했다. 이렇게 중요한 도시 세종시를 건설하면서 편도 2차선의 시내도로로 교통량을 감당하고자 했다면 천부당만부당한 생각으로 그 프로젝트 추진 선상에 있는 모든 인물들은 역사적 책임과 현실적 책임 두 가지를 모두 져야 할 것이다. 지금의 교통지옥은 출퇴근 시 세종시를 진출입하는 차량들을 살펴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심지어 BRT마저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을 정도로 때론 탑승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것은 세종시의 자랑일 수가 없다.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반적으로 냉철히 살펴보아야 한다. 세종시 건설계획을 주도한 인물과 추진자들을 가려내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언론들도 침묵하지 말고 주민고통의 현실을 직시하고 세종시의 교통지옥 실태를 심층 취재하여 문제점 해결에 공동대처해 나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