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만 논설위원

자치분권 시대에 진정한 풀뿌리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지방의회의 현실은 초라하다. 지방자치를 꽃피워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은 해외에까지 나가 나라 망신을 시킨 적이 수차례 있다. 지반 번에 캐나다·미국 연수에 나선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은 ‘막장 연수’의 정점을 찍었다. 지방의원들의 부당행위와 잘못된 처신은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외유성 해외연수다. ‘예천 스캔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폐지 청원 글이 폭주할 정도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지방의원 해외연수 폐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원 해외연수는 이미 지방의회의 대표적인 ‘적폐’가 된지 오래다. ‘지방의회 무용론’에 불을 댕기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
지방의회 의원 해외연수 문제는 우리나라 수도 서울 지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 해외연수를 다녀온 성북구의회 의원 연수를 분석한 결과 ‘노골적인 관광성 연수’로 의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연수보고서 내용은 민망한 수준이다. 계획서에는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등반열차를 타면서 알프스 보존과 관광열차 사례를 분석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스위스 관광산업에 대해 쓴 것은 인터넷 언론기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해외연수 계획서에 대한 사전 심사제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25개 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29%다. 지난해(30%)보다 떨어진 수치다. 25개 자치구 중 가장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 중구(54.9%)도 절반을 조금 넘는다. 전국 기초 자치단체 대부분은 재정자립이 여의치 않다. 자체 비용으로 해외연수를 보낼 형편은 안 돼 보인다. 그럼에도 지방의회별로 책정된 연수비용은 대부분 수천만 원에 이른다. 지방의원의 해외연수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받을 근거는 충분하다.
차제에 지방의회의 올바른 역할에 대하여 한번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지방의회는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포괄적인 지역현안 등을 파악, 정리하는데 주력해야한다. 몇몇 이익단체나 개인의 압력에 굴하거나 지역 이기주의적 발상으로 인한 편중적 개발논리의 틀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무엇이 전체 지역민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가를 깊이 세기고 지역을 위한 의회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둘째, 지방의회는 집행부와의 상호견제와 정책대안 제시 등 보다 성숙한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대국적인 안목과 시각으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민들의 민의를 파악하고 담아 의정활동을 통해 실천해나가야 한다.
셋째, 부단히 노력하고 공부하여 지역전문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을 공부하고 그 발전 방향을 추론해 내기 위해서는 부단히 지역을 공부하여 지역발전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편협한 이기주의적인 나누어 먹기 식 사업보다는 포괄적인 지역 발전이라는 큰 원칙아래 의정활동을 펼쳐야 한다.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해 과감히 지역이기주의를 벗어 던져버리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결국 21세기 지방의회는 지역민의와 지역현안을 소화하고 포괄적인 지역발전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전문가적 식견과 시민운동가적 양심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 지역발전의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다함으로서 현재 대두되고 있는 지방자치 무용론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한 해를 결산하는 시기에 지방의회 의원들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를 성찰해보는 계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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