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구당 5천만원의 빚을 지고 사는 시대라고 한다. 5000만원의 저축은 못하더라도 마이너스 인생은 살지 말아야하는데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처럼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고물가에 이자는 늘어나고 실업난에다 경제는 연착륙을 반복하며 ‘유럽발이다. 미국발이다’해서 불안한 가운데 서민들의 고통지수는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더 큰 문제이다. 가계 빚이 최고치를 다시 경신하면서 국민 1인당 빚은 1700여만원이요. 한가구당 5000만원에 달했고, 저축률은 세계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쳐 가계의 고통이 한층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가마저 정부가 목표한 올해 4%대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끝이 없어 보여 우려의 목소리도 그만큼 크다. 고물가에 울상 짖는 서민들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 빚은 876조 3000억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9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를 통계청이 추계한 올해 전체 가구 수(1737만9667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5042만 989원씩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추계 인구 수(4898만8833명)로 나누면 1인당 빚은 1788만 7750원이다. 또 통계청이 집계한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올해 2분기 8만 6256원으로 이를 연간을 환산하면 한 가구가 한 해에 내는 이자는 103만 5072원에 달한다.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 빚이 가계자금 비수기인 8월치고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약 6조원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 가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불어나는 빚과 높은 물가로 인해 가계 저축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OECD가 최근 발표한 경제통계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 전망은 3.5%로 24개 국가 중 21위를 차지했다. OECD는 내년에도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은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결국 5% 선을 돌파했고 근원물가 상승률마저 4%에 도달하면서 정부가 물가관리에 대한 처방을 하고 있지만 약발이 받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들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7월 4.7%, 8월 5.3% 등 오히려 더 높아졌다. 9월도 추석물가를 고려하면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물가가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조차 한은이 7월 경제전망 때 물가 상승압력을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4월 물가전망 때보다 2분기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졌고 서비스 부문의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오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물가 부문에서 유의미한 여건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금통위원의 의원은 "이번 물가전망에서의 상방리스크는 다소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고 한은의 금리정책이 물가관리 측면에서는 실기(失期)했다는 비난도 높다. 더욱이 물가를 잡기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려 해도 유럽의 채무문제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의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오히려 더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같은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금리정상화의 타이밍과 속도가 충분히 유효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금리정상화를 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계 빚이 늘어나는 데다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여기에 실질 금리마저 오르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가 아직도 불투명한 미국발 경제나 유럽발 경제의 악화로 인해 발목이 잡힌다면 그야말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금융당국은 고물가에 울상 짖는 서민들의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발 빠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서민경제가 살아야 가계 빚이 줄어들고 가계가 안정돼야 정상적인 소비가 되살아나며 한국경제가 안정을 찾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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