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었다. 그러다가 여론에 밀려 대출을 계속 하더니 이제는 서민들의 대출 금리를 최고금리로 슬그머니 올려 서민들은 고물가에 고금리, 높은 은행문턱까지 3중고를 겪으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가 금리인상이 없다고 발표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민들은 금융당국의 이런 행태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부와 은행권이 서민들의 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며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억제정책을 핑계로 가계대출 실질금리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인상은 거의 없다"는 게 정부와 은행들의 공식 입장이지만 일선지점에서는 코픽스, 양도성예금증서나 연동형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등의 금리까지 전방위로 올리고 있다. 가계대출 억제로 줄어드는 수익을 대출금리 인상으로 보전하려는 의도이다. 서민의 입장에서는 분통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늘리다가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서민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중은행들이 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된 신규대출 잠정중단 등 대출 억제책 시행 후 가계대출 금리를 거의 올리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지금껏 대출금리 인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신한은행과 고정금리대출 이율을 0.2%포인트 올린 우리은행 2곳뿐이다. 이를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모두 예전 금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시중은행의 입장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 언론과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지적이자. 하소연이다. 각 은행은 개별 고객에 적용하는 금리 수준을 일정 범위에서 차등 적용해왔다. 신용이 좋은 고객은 은행이자율의 적용범위 이내에서 최저치를 적용하고 신용이 좋지 않거나 이용실적이 적은 고객은 그 범위의 최저치를 적용해왔다. 예컨대 신한은행 고객 중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은 금리 범위의 최상단부인 연 6.59%의 비싼 대출금리를 적용받지만, 신용도가 좋은 고객은 최하단부인 5.19%의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런데 대출 억제책 이전 연 5.30%의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받던 고객이 지금은 일선지점을 찾아가면 연 6.59%로 이다. 무려 1.29%포인트나 뛰어오른 금리를 적용받는다. 이는 결국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인 금리인상이나 마찬가지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부분 4%대 중반에서 5%대 중반의 대출금리 범위를 유지하고 있는 코픽스 연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마찬가지다. 1개월 전만해도 코픽스 변동금리대출이 연 4%대 중반이었는데 지금은 5%대 초반으로 올랐다. 그것도 신용이 좋아서 그렇다. 농협 지점 관계자도 "가계대출 억제책 이전 4%대 후반의 대출금리를 적용받던 사람이라면 이제 5%대 중반의 금리를 생각해야 한다"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혀 그 사실을 인정했다. 한마디로 예전에 대출금리 범위의 저 이자를 적용하던 고객에게 이제는 금리 범위의 최고 높은 이자율을 적용시킴으로써 고객이 부담해야 할 실질금리를 대폭 올려버린 것이다. 대출금리 범위는 그대로 놔뒀으니 공식적으로는 대출금리 인상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 금리는 올랐다. 눈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출금리 급등이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대출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통상 같은 대출상품의 금리가 조정되면 그 금리는 신규 고객 뿐 아니라 만기 연장을 원하는 기존 고객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신규 고객의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기존 고객도 낮아지고, 신규 고객이 높아지면 기존 고객도 높아진다"며 형평성을 예로 들며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이에 대해 불만이 크다. 신용이 하락했다면 몰라도 변동이 없는데도 이자율이 갑자기 올라가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은행들이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고 고객들은 나 몰라라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다. 왜냐하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을 연장해야 하는 기존 고객도 급등한 대출금리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주택구입자금으로 1억을 빌린 사람의 대출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이자 부담은 연 100만원이 늘어나고 반대로 은행은 그만큼 이자수익이 늘어난다. 더욱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범위 내 대출금리 조정 외에도 신용평가 방식을 바꿔 고객의 등급을 떨어뜨리거나 지점장 전결금리를 비롯한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대출을 억제하거나 은행의 목표인 이자수익을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민들이 대출 억제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악용해 수익을 늘리려는 은행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대출시장이 공급자인 은행 우위 시장으로 바뀐 상황에서 수요자인 대출 고객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대출금리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말로만 서민금융 활성화를 외치지 말고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나 늘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꼬집는다. 은행들은 이러한 지적을 되새겨야 한다. 고객이 있어야 은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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