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유명한 말 중에 솔로몬의 말이 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는 말이다.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유대경전 주석서 미드라시(Midrash)에 나오는 경구다. 어느 날 다윗 왕이 전쟁에서 이긴 뒤 궁중의 보석 세공사에게 자신을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반지에는 “내가 승전해 기쁨이 넘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주문했다. 세공사가 반지를 만들었으나 적당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세공인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진 솔로몬은 이렇게 적으라고 일러주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솔로몬이 대답한 바로 이 구절이 오늘날에도 감동적인 말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성공했거나 승리한 순간에 이 경구를 보며 자만심을 경계하되 실패하고 낙심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다. 솔로몬의 이 유명한 말은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즐거움보다는 고통스런 순간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고통과 슬픔의 순간에서 더더욱 그렇다.
일본이 2일 각료회의를 열고 이달 28일부터 수출규제에 이어 마침내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 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 도입, 국산화 기술 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 피해 최소화에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며 "소재·부품산업 경쟁력을 높여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당장 일본의 경제보복조치가 불러오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대외경제연구원은 1일 자 보고서에서 전략물자관리원의 추정을 인용해 백색국가 제외로 규제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은 1,100여 개라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상 규제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은 4,898개에 달하나, 이중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민감한 품목은 1,100여 개라는 얘기다. 연구원은 이중 대일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707개, 100%인 품목은 82개에 달한다며 규제대상 품목으로는 공작기계와 화학약품, 전자부품, 첨단소재 등이 거론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특히 군사전용이 가능한 첨단소재(화학약품)와 차량용 2차 이온전지 등이 유력하고, 일부 공작기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출절차가 복잡해지고 중소기업 등 산업피해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수출 중단까지 가지 않아도 규제대상 품목의 수출 절차가 복잡하고 길어져 부품 등의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당연히 한국의 관련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이미 수출규제에 들어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 레지스트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3개 핵심 소재를 포함해 규제대상이 대폭 확대되는 것이다. 경제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한·일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감정도 격화되고 있다. 이번 일본에 조치로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보이콧 분위기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들이 크게 줄어 항공편의 운항마저 줄이고 있다.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축소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9월 3일부터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도 9월 중순부터 인천발 후쿠오카·오사카·오키나와 노선 좌석 공급을 축소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저가 항공사(LCC)들도 일본 노선 공급과잉과 여행객 감소 등을 이유로 일본 노선 운항을 축소했다. 벌써부터 일본의 조치에 맞서 일본여행상품, 제품불매운동이 확산되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온라인상에서도 국내 ‘보이콧 재팬’, ‘NO(노) 재팬’과 비슷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한·일 국가 간의 문제가 국민감정으로 비화하며 앞이 보이질 않고 있다. 아마 역대 가장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작금의 한·일간의 상황이다. 대립이 더욱 심해지면 심해졌지 금방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소기업들과 우리나라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미리 대비했더라면 모르지만 갑자기 국산화를 앞당긴다고 해도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 5년 이상 10년이 걸리는 작업을 당장하라고 한다면 우물에서 숭늉달라는 격이며 이는 어불성설이다. 사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대기업을 포함해 중소기업들이 자구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지만 갑자기 이런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가차원의 대립이 간단치 않아서 이 사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곪아터진 한·일관계의 실상이 전면으로 떠오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일 경제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자칫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일감정에만 치우쳐 외교력을 상실할 경우 고립무원의 사태도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금의 안타까운 상황도 헤쳐 나가야 할 사태임은 분명하다. 솔로몬에게 묻는다면 분명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할 것이지만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을 쏘고 방사포를 쏘아대고 있으니 한반도평화가 무색할 지경이다. 북한의 서슬 퍼런 행동에 국민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북한 핵에다가 신형미사일에 신형방사포까지 발사하고 있으니 점입가경이다. 평화를 외치고 마치 전쟁이 끝난 것처럼 사실상 종전선언을 주창하던 일들이 허상처럼 보이니 국민들의 마음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북한이 보여주는 행동에 따라 허겁지겁 대처하는 모습이 어딘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과연 지금 상황이 호전될지 악화될지 답을 할 때가 왔다. 가공할 핵을 보유한데다 미사일과 방사포를 새롭게 개발한 것이라며 펑펑 쏘아대고 있으니 도대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다 미국은 점점 우리나라를 동맹에서조차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점차 우방이 사라지는 묘한 국제적 입지에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듯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처해졌는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정치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아니올시다’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환골탈태하는 과감한 변화가 없을 경우 자칫 각종 위기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너무나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이자 국민들이다. 무엇하나 신명이 나질 않는다. 정치는 대립과 반목의 연속이고 길거리에는 온통 집회와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무슨 사단이라도 날 듯하다. 발전은커녕 정치, 경제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사일과 방사포는 이틀간격 간격으로 펑펑 쏘아대니 앞날이 걱정이다. 허구헌 날 매화타령만 해대고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신선놀음만 하고 있다면 이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힘이 없는 평화는 허구라는 사실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허약한 체질로 동네북이 되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벗어나야 한다. 혹자는 솔로몬의 말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나가긴 하겠지만 이것이 비극의 나락으로 향하는 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어리석음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현재의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이 IMF위기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일각에서는 걱정을 하고 있다. 마이너스 경제성장에다 한국은행은 번갈아가며 경제성장률을 낮추느라 허겁지겁 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하하며 경기둔화와 일본 수출규제에 대비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시중의 효과는 밋밋하다. 뭔가 추동력이 살아나질 않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출산율도 역대 최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출산아가 또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통계청 ‘2019년 5월 인구통계’에 따르면 5월 출생아 수는 2만 5300명으로 전년 동월(2만 8천명) 대비 2700명(9.6%) 감소했다. 5월 기준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5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숫자다.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서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 이후 3년 2개월째 역대 최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지난 해 0.98명에서 올해도 1명 미만이 확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혼인건수조차 2만 3,100건으로 마찬가지로 최저치로 기록되고 있으니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싶다. 젊은이들이 취업조차 어려우니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사회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올해 정부가 저출산대책에 12조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는데도 그렇다.
이를 국가적 재앙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인구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가 경제성장률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금 웬만한 곳에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실상 이미 시작되었다는 반증이다.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미래의 동력이 상실되면 이는 곧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가고 찾아오는 내일이 암울한 세상이라고 한다면 이는 고통이자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작금에 혼돈스런 일련의 사태들을 접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좌절과 포기의 심정을 벗어나 아이의 진짜엄마를 찾아주는 솔로몬의 재판처럼 진정 헝클어진 난국을 타개하는 솔로몬의 지혜와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 국민 모두가 중심을 바로잡아야 한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