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인터넷언론은 정부의 산하기관이 아닙니다“. 지난 2015년 11월 3일 국무회의에서 상시고용인력 5인 미만의 인터넷언론의 등록을 불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문법 시행령을 통과시켜 전격 시행에 들어가자 2015년 12월 28일 관련 단체들이 헌법소원을 하며 내놓은 반발 기자회견문이다. 당시 인터넷신문들은 한마디로 ‘비상사태’였다. 1년 유예기간을 두고 5인 이상의 상시 고용인력을 갖추지 못하면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서슬이 퍼렇게 으름장을 놓았던 것이 바로 정부였다. 열악한 인터넷매체들은 이를 갖추기 위한 자구노력에 부심했다. 한마디로 호떡집에 불이 났다. 일부는 친인척들까지 동원해 인원 짜 맞추기에 나서기도 했다. 전체의 80% 정도가 5인 미만으로 운영해 온 인터넷언론들은 당시 유예기간이 지나면 등록이 취소되는 위기상황에 처해 갈팡질팡했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인터넷언론의 기사품질 제고와 유사언론 행위, 어뷰징, 선정보도 등을 이유로 삼았지만 언론장악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을 샀다. 반헌법적이자 반민주주의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었다. 언론을 국가의 산하기관 쯤으로 여기는 행태는 헌법에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급기야 2016년 10월 27일 헌법재판소는 5인 이하 언론사를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는 인터넷신문 등록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2015년 등록규제를 통해 인터넷신문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고용조항과 확인조항은 인터넷신문의 발행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터넷 신문은 그 특성상 적은 자본력과 시설로 발행할 수 있다. 인터넷신문에 대해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제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5인 이상 상시고용의 경우만 언론사 등록이 가능하다는 시행령 개정안은 그야말로 망신만 당한 꼴이 되었다. 언론장악을 장악해 언론을 통제하고자 하는 정치권력의 욕망과 셈법은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왔다. 그 마법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인 듯하다. 그만큼 비판과 감시 기능을 갖춘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며 행정, 입법, 사법에 이어 제 4부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힘을 과시하고 있는 언론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문화체육관광부의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종별 언론사는 2019년 5월 15일 기준으로 1만 8,969개에 달하고 있고 이들이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은 2016년 이후 매년 5% 이상 성장하며 무려 2만 1,307개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 신문은 8,396개로 전체 44.26%를 차지해 가장 많다. 그 뒤로 잡지가 5,264개인 27.75%, 기타 간행물 2,015개인 10.6.2%, 특수주간 1,704개인 8.98%, 일반주간신문 1,217개인 6.42%, 일반일간신문 307개인 1.62%, 특수주간신문 40개인 0.21% 순이다. 언론사란 신문사, 잡지사, 방송국, 통신사를 일컫지만 이제는 다수로 등장한 온라인 매체인 인터넷신문이 빠질 수 없는 언론사의 주요 매체임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이다. 종이신문 매체수는 모두 더해도 3,268개이다. 이는 전체 17.23%로 인터넷신문에 비해 두 배 반 이상이나 적다. 위기상황이었던 지난 2015년 6,347개였던 인터넷신문은 2019년 5월 현재 8,396개로 4년 만에 무려 2,049개나 증가했다. 매년 500개 이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인터넷 신문의 증가는 인쇄와 유통채널을 갖춰야 하는 과거 신문의 개념과 달리 진입이 손쉬운 모델이 되었다. 더 증가하면 증가했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콘텐츠와 비즈니스 구조의 다양성도 갖고 있다. 이미 SNS시대를 맞아 1인 미디어가 새로운 언론사로 등극하고 있다. 신생매체의 등장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요즘은 포털사이트들도 방송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에도 1인 미디어 채널이 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인기 유튜버들이 등장해 짭짤한 수익도 올리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참으로 다양한 채널들이 등장하고 있다. 쌍방향 소통을 통하여 디지털 시대의 진수도 만끽하고 있다. 여기에다 영향력마저 생겨 정치권력들마저 예사롭게 보지 못할 정도이다. 정치인을 비롯하여 유명인사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할 말 못할 말을 다하고 있다. “구독 눌러주세요”, “좋아요 눌러 주세요”, “이는 큰 힘이 됩니다” 하면서 이것이 바로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수십 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채널들이 아예 기자들까지 고용하여 본격적인 언론의 길을 가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아예 고정출연자로 등장한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댓글에 화답하며 진행하기 때문에 다소 투박하지만 생동감은 넘친다. 하지만 다중을 향한 정제되지 않은 언행과 망발 수준의 화법은 미디어로서의 결격 요인임은 분명하다.

언론사로서의 방송으로는 현재 공중파방송사인 공영방송 KBS와 민영방송 MBC, SBS, iTV가 있다. 기타 EBS, 케이블TV가 있지만 특성화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도 등장하여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이른바 종편PP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년마다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종편의 생명줄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쥐고 있다. 물론 지상파도 재허가 심사를 받는다. 사실상 이들 매체들은 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정권에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와 SO/위성, PP종편, 보도, 홈쇼핑 등 재허가·재승인을 받는 사업자는 무려 ‘158개 사업자에 367개 방송국’이다. 방통위는 이들의 방송평가를 받아 재허가 및 재승인의 심사에 반영한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의 방송 자화상이다. 얼마나 수익성을 내는지도 관심사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실제 지난 해 KBS가 영업적자로 돌아서고 MBC는 영업손실이 1,237억 원으로 119%나 증가했으며 SBS 영업익은 95.1%가 축소되는 등 지상파 '빅3'가 저조한 경영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언론환경이 빚고 있는 격세지감의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 인터넷언론들이 쏟아지고 있는 오늘날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일방통행적인 정보전달에 의존하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시대이다. 무수한 매체들이 쏟아내는 정보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쳐난다. 그러다보니까 이제는 가짜뉴스(fake news) 논쟁도 극심한 시대이다. 진위여부조차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신속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보를 통제하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뉴스를 재단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그 무엇도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언론매체는 참으로 많아졌다. 하지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언론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다면 이는 이미 언론사가 아니다. 언론사의 등록이나 허가문제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서도 안 되지만 진실을 담고자 하는 노력이 없고 부화뇌동하는 언론은 자칫 사이비 언론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신뢰를 잃은 언론은 죽은 언론으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매체가 많다고 언론의 자유가 아니다.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생각해 볼 작금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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