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투데이= 이정복 기자] 최근 4년간 가정폭력으로 인해 112 신고가 이뤄지는 건수는 매년 20만건 이상이고,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7년엔 1366(여성긴급전화)을 통해 이뤄진 상담 건수는 총 28만 9천 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62.4%인 18만여 건이 가정폭력에 관한 사안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7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살인 사건을 분석한 「2017-분노의 게이지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남편(전 남편을 포함)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85명의 여성이 살해됐고, 주변인에 의헤 살해 당한 여성까지 포함하면, 피해여성의 숫자는 90명에 이른다.

이 같이 피해여성이 살해당한 숫자는 2017년 피해자가 사망한 살인범죄 282건의 31.9%에 육박하고 있다. 한 마디로 살인범죄 3건 중 1건이 가정폭력 등에 의한 범죄다.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은 피해자 보호조치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경찰 신청 → 검사 청구 → 법원 결정 → 경찰 집행’ 과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가해자 수사·처벌과는 무관한 피해자 보호조치가 형법 및 형사소송법의 적용을 받는 형사사법작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사건의 긴급성에 비추어 볼 때,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의 피해자를 위한 보호조치를 그 필요성에 따라 시의 적절하게 취하는 것이 제도상으로 어렵게 되어 있다.

실제로 2018년 한 해 동안 가정폭력으로 112에 신고된 248,660건 중 입건 처리된 건수는 41,720건에 불과하고, 그 나머지 20만여 사건은 형사적으로 입건되지 않고 있다. 한편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기 위한 절차를 밟은 동안 시간적 공백(결정까지 길게는 1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나가기도 함)이 발생한다. 이로 인하여 가해자가 입건되지 않고 종결되는 대다수 사건의 피해자들이 법령에서 보장하고 있는 보호조치를 필요한 시점에 적절하게 받지 못함으로써 피해자 보호체계에 큰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가정폭력 사건이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라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주관 부처인 법무부 및 입법부의 현행 법·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한편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동 조치와 피해자 보호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가해자 격리 등 긴급 조치를 할 수 있지만 효력이 48시간에 불과하고, 가해자가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처분밖에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해자를 48시간 이상 격리하는 등 추가적인 조치를 하기 위해선 검찰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을 거쳐야 해 피해자 보호에 시간적 공백이 생긴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긴급 조치 위반 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위한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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