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컬럼니스트 성 현 기

You Needed Me로 친숙한 앤 머레이(Anne Murray)를 떠올리면 차분하고도 조용한 음성으로 노래하는 여인을 연상하게 된다. 가수이기보다는 성숙한 여인으로 각인된 이미지이다. 시골 학교의 선생님처럼 인자하고 약간은 보수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앤 머레이(Anne Murray)는 가수가 되기 이전에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근무를 하기도 했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탄광촌인 노바스코티아에서 태어나 핼리 포스에서 대학을 졸업한 Anne Murray는 어릴 적부터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막상 교사가 되고 보니 산촌에서 마음껏 뛰놀며 노래를 부르던 지난날이 그리워 부모님의 만류에도 교사직을 그만두고 일부 주변 사람들에게 ‘철없는 행동’이란 조롱까지 당하며 가수의 길을 선택 했다고 한다.

필자는 대학시절 Down Town에서 DJ를 하면서 본업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시골에서 여러 형제를 객지로 유학(?) 보낸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려는 의도였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낮과 초저녁에 음악다방이나 감상실에서 2시간씩 뮤직 박스에 들어가고도 늦은 밤까지 요즘 표현으로 주폭이 난무하는 주점에서 DJ로 일했던 적도 있었다. 당시 주점의 DJ 자리는 실력이 조금 부족하거나 음악다방이나 감상실에 근무하는 DJ들이 높은 급료를 받으려고 일과가 끝난 후에 한 타임 더 뛰는 곳이었고 후덕한 사장님을 만나면 술과 안주를 공짜로 먹을 수 있어서 당시 만년 자취생이었던 필자 입장에서는 더없이 요긴한 공간이었다. 교육학을 전공한 필자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음악을 좋아하는지를 뒤늦게 알게 되면서 본업으로 여기지 않았던 DJ가 본업이 되고 말았다. 직장을 스스로 그만두고 Down Town 음악실에서 음악의 폭을 넓혀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부모님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앞날이 걱정되는 정신 나간 사람이란 핀잔과 걱정을 피할 수가 없었다. 방송에 입문한 후에 그런 염려와 걱정들이 찬사는 아니더라도 격려보다는 조금은 더 후한 언어들로 바뀔 때 필자가 느낀 것은 삶의 방향에 변화를 주는 것이 어지간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요즘 학원가에 공시생이 넘쳐난다고 한다. 물론 이들 중에는 국민의 지팡이가 되겠다는 각오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정년이 보장된다는 안정된 직장에 안주하려는 젊은이가 우리 주변에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인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필자는 젊은이들이 좀 더 다양한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해야 이 땅에 희망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호흡하는 지구촌의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내다봤다면 지금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도 지금처럼 공무원 정년이 보장될까? 필자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살면서 몇 번씩은 삶의 방향을 좌로 또는 우로 변화를 줘야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데 미래에는 이런 변화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다. 도전은 하고 싶은데 그간 걸어온 길에서 축적해온 것들이 아깝고 낯선 미래가 불안해서 망설이거나 혹자는 나이와 주변의 이목 때문에 결단을 못 내리기도 한다.

앤 머레이(Anne Murray)가 하던 일과 비교적 안정된 직장에 미련이 남아 변화를 거부했다면 정숙한 목소리로 세계인의 귀를 즐겁게 하지 못한 채 아쉬움 가득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살면서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은 가장 큰 행복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 결정은 본인 스스로가 하는 것이지 남이 선택해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어려운 시기는 있기 마련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겪는다면 더 많은 열정의 에너지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꿈을 가지면 처음 접하는 것들이 낯설음 보다는 새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앤 머레이(Anne Murray)를 1978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여성컨트리 가수 상을 받게 한 1977년 히트곡 ‘내게 필요했던 당신(You Needed Me)’을 들으며 가슴 한켠에 새로운 꿈과 용기를 담아두면 이 여름의 태양만큼이나 열정 가득한 하루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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