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최근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인보사사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엄청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감춰진 채 2005년 줄기세포 논문을 위조한 황우석사태 정도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인보사사태가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고, 앞으로 바이오 생명학분야가 생명 투기로 이어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안은 없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밝혀둘 것은 나는 의학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법률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평범한 한 사람의 국민으로 얼마 전 보건의료단체에서 있었던 인보사 사태에 대한 세미나와 기사, 성명서 등을 참고하여 인보사사태에 얽힌 근본적인 문제와 대안에 대해 공론의 장이 열리기를 바라며 아주 초보적인 문제제기를 해 보고자 한다.

인보사 사태란? 코오롱생명과학이 1999년 관절염 치료물질인 티슈진(TISSUEGENE)을 개발했다고 하면서, 2016년 7월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보사 품목허가 신청하여, 2017년 7월 12일 식약처로부터 인보사 품목허가를 받아 무릎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를 판매하다가, 2019년 3월 22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에 인보사의 주성분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변경되었음을 통보하고, 3월 31일 식약처가 아닌 코오롱생명과학 스스로 인보사 제조 및 판매를 중지한 다음, 5월 22일 식약처가 허가를 취소한 사건이다.

인보사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 이전에 3,800명이나 되는 피해자들은 안전한가? 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허가 당시 연골세포를 전제로 종양원성시험을 통해 종양 발생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했고, 제조과정에서 해당 세포에 방사선을 조사하고 44일내 사멸하는지 확인한 뒤 투여하도록 하였기에 안전하다고 한다. 또한 현재까지 약물에 따른 종양 발생 사례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장세포인 HEK 293은 무한증식을 하는 종양세포로 비록 체내에서 대부분 사멸한다고는 하지만 만에 하나 살아남아 무한증식을 한다면 3,800명의 몸속에 700만원이나 주고 암세포를 주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반드시 국가가 나서서 장기 추적검사를 통해 피해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인보사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를 산업 논리로 규제 완화가 키워온 생명 투기 사건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보사사태는 의료산업화(의료민영화)가 탄생시킨 괴물이라는 것이다. 인보사는 정부가 지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7년 동안 R&D 사업으로 총 147억원을 지원한 사업이다. 2002년에는 보건복지부의 신약개발 지원사업(연구기간5년, 지원액13억원), 2005년에는 바이오 산업화 방안 중 하나인 바이오스타 프로젝트사업(6년, 52억1500만원)에 선정되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았다.

그 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인보사 R&D 사업에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아예 날개를 달아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자가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 기준을 완화하여 자가세포 치료제의 연구자 임상시험이 상업화 연계가 용이하도록 허가자료 인정 범위를 확대해 주었고, 박근혜 정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상 유전자 치료는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일 때,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 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를 동시에 만족해야 가능했던 것을, 2015년 일부 조항을 신설해 두 조항 중 한 가지만 충족하더라도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완화해 주었다. 이로 인해 코오롱은 2015년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 국책과제 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이후 3년간 약 82억 1000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유전자 치료제 특성상 자체 교차검증이 필수적인데도 코오롱이 제출한 자료만을 의존해 허가를 내준 것이나, 심의과정에서 7명 중 6명이 반대함에도 위원을 교체하여 통과시킨 것 등 한 마디로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규제 완화를 통해 생명 투기세력을 지원했던 것이다. 이렇듯 인보사사태는 의료산업화가 탄생시킨 괴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인보사사태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의하면 인보사사태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된 허가 과정을 더욱 간소화해서 별도의 위원회를 두어 특별심사를 통해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며, 3상 임상 결과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등 모든 국민을 실험용 쥐로 전락시킬 수 있으며 생명 투기 세력에게 국민의 생명을 통째로 맡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료는 산업육성과 경제성장의 도구가 아니다.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정책적 수단인 것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규제를 통해 제대로 된 첨단의학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의료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는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 것이다. 인의협의 정형준사무처장의 말대로 의료 신기술은 안정성뿐 아니라 효용성도 매우 중요하다. 안전하기만 하다고 마구잡이로 쓰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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