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한국국토정보공사(LX) 대전충남지역본부 부장

요즘 들어 소통이 화제다. 가정, 회사는 물론 국회에서조차도 소통이 안 된다고 난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술과 방법론이 난무하지만, 글쎄... 효과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필자 또한 ‘삽질하자’라는 졸문으로 지난해 본지를 통해 소통에 관한 나름의 처방을 기고 한 적이 있다. 서로 마음의 둑을 허물어 소통하자는 내용의 글이었다.

뜻밖의 기회로 대학에서 1년 간 철학을 공부하는 행운을 얻어 근래 한 학기를 마쳤다. 내게는 많은 생각과 의문들을 정리하는 기회였다. 그 많은 생각 중에는 작년에 기고했던 글 보다 이글을 먼저 썼어야 했다는 후회와 함께, 글이란 생각나는 대로 즉흥적으로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는 반성도 있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철학을 공부하면서 불현 듯 생각이 든 것은 바로 ‘소통보다는 말이 먼저 통해야 되지 않을까?’였다. 아무리 소통하려고 자신의 둑을 허물어도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인 말이 안 통하면 그게 무슨 소통이겠는가?

국어사전에는 없는 화통이란 단어를 말이 통한다는 뜻의 한자어로 내 나름대로 만들어 보았다. 話(말씀 화) 通(통할 통)을 연결한 화통(話通)으로.
사람들은 대화를 하다가 서로 말이 안 통하면 목소리가 커지며 말다툼을 한다. 그때쯤이면 으레 “화통(火筒)을 삶아 먹었냐?”고 윽박지르기 마련이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쓰는 화통(火筒)이란 단어는 필자가 만든 말과 동음이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소통(疏通)보다는 화통(話通)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서로 말이 안 통하는데 어찌 소통이 논하겠는가? 이전 기고문인 ‘삽질하자’에서 疏通(소통)을 측자·파자(測字·破字)해 해석했듯 화통(話通)역시 같은 방법으로 시도해보았다.

▲ 話(말씀 화): 말 한다. 通(통할 통): 서로 통한다. 연결을 의미 한다.
話(말씀 화)를 파자(破字) 하면 • 점, 三(석 삼), 口(입 구), 舌(혀 설)로 나눌 수 있다. 또 舌(혀 설)은 千(일천 천), 口(입 구)로 나뉜다.

舌(혀 설)을 보면 입이 천개나 된다. 말이 많으면 서로 통하기 어려운 법. 그래서 천개의 입을 세 개로 말을 줄인 다음, 한 뜻(• 점)으로 모은다고 풀이하면 천개의 입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話(말씀 화)를 만든다.

通(통할 통)자는 지난해 기고문 ‘삽질하자’에서 쓴 것과 같이 파자 했다. 通자를 파자하면 マ·用·辶이다. 길(辶 쉬엄쉬엄 갈 착)의 상태가 좋지 않아 쉬엄쉬엄 갈 수밖에 없는 길을, 삽질(マ 구결자 면)로 사용(用 쓸 용)하기 편하고 신속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은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원인을 오직 소통에서만 찾았다. 그러다보니 온통 주위에는 소통을 위한 무분별한 방법과 방대한 책들이 난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아직도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세대 간, 직원 간, 조직 간, 부서 간... 지금도 우리는 주위에서 너무도 많은 불통들을 경험한다.

한 학기가 지나면서 철학 속 수사학과 대화를 통해 비로소 소통을 위해서는 말부터 잘 통해야 함을 뒤늦게 깨닫는 중이다.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울화통 터질 일이 서로 간 생기면 안 되겠다. 미리 화통(話通)을 잘 삶아서 서로 맛있게 나눠 먹고, 마음만이라도 시원한 말이 잘 통하는 여름을 맞이했으면 한다. 같이 있는 동료와 가치 있는 대화로 화통(話通)하게 시작하자. 다 같이 올 여름 보양식으로 화통(話通)탕 같이 먹고 기운차게 삽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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