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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살인을 조망한다
김태선  |  ktshm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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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3  13: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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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논설고문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후기 인상파의 거장, 1853∼1890)가 자살할 때 사용했다는 리벌버 권총이 프랑스 파리 경매에서 2억 원에 낙찰됐다. 위대한 화가의 비극적인 삶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자살이냐 아니냐는 것도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반 고흐 기념관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녹슨 리벌버 권총은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타전이 됐고 마치 반 고흐가 이 권총으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 것처럼 회자되고 있다. 여하튼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베토벤도 자살을 생각했다. 1800년 대 베토벤은 청각을 잃는 비참한 운명을 맞았다. 신이 내린 운명을 슬퍼하며 ‘하일리겐슈타트’라는 도시로 요양을 떠난 베토벤은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를 써 내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그가 이 때 삶을 마감했더라면 교향곡인 ‘전원’과 ‘합창’이라는 생애 최고의 걸작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때 우리 사회도 행복전도사로 명성을 날리던 사람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유명 야구해설가도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것을 목도하며 충격을 받았다. 유명연예인들의 자살 소식도 자주 접해 왔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라는 그동안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동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물론 10만 명 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017년 24.3명으로 2016년 25.6명에 비해 1.3명(5.1%) 줄었다는 통계도 나왔지만 여전히 노인자살률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8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2016년도 장애와 건강통계’ 및 ‘2017년 기준 보건의료 질 통계’를 토대로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사망원인과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다. 정신장애인의 조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1,613명으로 전체인구 조사망률 549명보다 3배가량 높았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도 상상을 초월한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최근 강남구 역삼동 원룸에서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이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각서도 발견되어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을 한 것으로 경찰을 보고 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월 5일에는 어린 자녀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부모는 빚 수천만 원에 시달렸다는 유족의 진술이 나와 경찰이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지난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은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취약계층 생계비관형 자살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다. 사회복지 정책의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비난도 함께 존재한다. 지난 5월 최근 일어난 '의정부 일가족 3명 사망 사건'은 가족 간의 갈등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사건으로 생활고로 인한 동반 자살이라는 지적이다.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요인에 의한 자살을 벗어나 노인, 청소년, 가족단위의 자살이 독버섯처럼 번지는 현상은 참으로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매년 공시생들의 자살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여러가지로 엄청난 부담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이 무척 걱정되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주소이다.
여기에다 인명경시의 풍조까지 만연되어 있다. 이런 충격의 와중에는 제주도 펜션에서 발생한 고유정(36살)의 전 남편(36살) 살해사건이 있다. 이 사건의 잔혹성에 국민들은 아연실색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신도 발견하지 못해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죄 행각을 벌인 피의자 고유정의 모습에 국민들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인면수심의 잔혹성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고유정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찬성 2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을 정도이다. 엄벌에 처해 달라는 것인데 장례를 치루지 못하는 유족들마저도 시체유기 현장을 함구하고 있는 변명과 진술거부에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자 일말의 반성도 없는 사악함이 극치를 이룬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심지어 10대들까지 황당한 살인 행위를 벌였다. 지난 6월 19일 약 2달에 걸친 상습·집단 폭행으로 친구(18세)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만든 ‘인면수심’ 10대 4명이 살인혐의로 검찰로 넘겨졌다. 그 내용을 볼라치면 참으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 물고문도 하고 피해자 알바비 75만원도 빼앗았으며 노예 부리듯이 심부름을 시켰다. 피해자 몸을 사진으로 찍고 동영상으로 찍었다. 주먹질과 발길질로도 모자라서 우산, 철제목발 등이 휘어질 정도로 번갈아가며 폭행하다가 살해했다. 피해자의 몸은 시퍼런 멍뿐이었다. 혼자 차가운 방바닥에 2일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끔찍한 집단 폭행 사망 사건의 전말이다. 친구를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소년법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감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안이 매우 중하기 때문으로 제주도 사건에 이어 충격과 분노를 촉발하고 있다. 지난 4월에 벌어진 조현병 치료중단자 안인득(42)의 진주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은 5명이 숨졌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속적인 피해망상과 분노가 빚은 참사이다. 강남 묻지 마 살인 사건, 고 임세원교수 살인사건 등에 이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런 사건들을 넘어 이제 사회지도층의 인격살인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시의 평안한사랑병원이 병원 개설허가와 관련 최근 여당 모 국회의원이 할아버지부터 3대에 걸쳐 한 지역에서 정신질환자를 진료해온 정신과의사에게 "이 병원장은 일개 의사로서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주민들이 겪은 고통, 분노, 에너지를 다 합치면 그 병원장은 삼대에 걸쳐 자기재산을 다 털어놔야 할 것" 등이라는 발언을 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모든 것은 법과 질서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발언자체는 거의 시정잡배들의 수준이다. 사회지도층들이 주어진 힘을 믿고 정제되지 않은 막말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준다면 이는 인격살인에 다름이 아니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자신의 인격수준을 거꾸로 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자살과 살인의 마각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극단적인 삶의 모습과 흉포화해가는 살인의 모습이 국민들을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악랄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회지도층의 인격살인행위도 척결해야 할 악습임이 분명하다. 어둠과 부정을 벗어나 빛과 긍정의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모두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이다. 너무나 난마처럼 얽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의 모습은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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