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요즘 스포츠가 국민들의 우울한 기분을 다소나마 해소시키고 있다. 그 백미는 단연 20세 이하 월드컵 축구의 신화를 만든 청소년 대표 팀이자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들이다. 비록 준우숭을 차지했지만 장하고 장하다. 가득이나 힘겨워하던 국민들에게 모처럼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했다. 결승전은 전국에서 온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열광했다. 2002년 월드컵이 다시 돌아온 듯 했다. 무한한 가능성과 자부심을 북돋아 준 월드컵 결승은 참으로 값진 의미를 던져주었다. 그것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들이 드높이고 있는 코리아라는 브랜드의 가치는 계량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청소년 대표팀이 U-20 청소년 월드컵에서 결승은 온 국민들의 일요일 한밤중 밤잠을 빼앗아 버렸다.
우선 국민들의 엔도르핀이 팍팍 돌게 해 그야말로 모처럼 활짝 웃으며 기분 좋은 순간을 만끽했다는 점이 더욱 고맙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치를 하는 기성세대들의 우거지상과 고약한 언행에 비하면 그 감동은 극과 극이다. 진실성이 결여된 채 한 자락 두 자락 깔며 틈만 나면 불확실성을 부축이고 반목하며 오로지 권력욕에만 집착하는 정치의 표리부동과 두 얼굴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려운 경제현실에서 툭하면 파업을 하면서 그야말로 가래 끓는 소리를 내뱉는 것과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래서 스포츠는 늘 정정당당함과 멋진 승리의 감동을 던져주는 산실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여기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정치도 이에 걸맞게 축구의 반만큼이라도 국민감동을 주는 변화가 아쉽다.
모처럼 축구에 열광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를 어둡게 하고 있는 것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금의 우울한 것들을 정리해 보면 경제는 수출부진에다 체감경기까지 좋지 않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가득하다.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취업률이 높아졌다는 최근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으나 시중에 반응은 시큰둥하다. 극한 상황에 처해있었던 취업률이 갑자기 높아졌다고 하니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어려운 경제여건과 취업률 증가 어딘지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공시생 40만 명 시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툭 떨어진 매출에 제조업들은 그야말로 초죽음이다. 자영업자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책자금을 받는다면 이리저리 헤매고 있으나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 고금리 자금에 허리가 휘고 있다.
민심이 흉흉하고 유튜브에는 온갖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방송에 젖어 있다. 기존의 뉴스보다 시청률이 높은 곳도 있다.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를 맞아 기득권 언론들의 작위적인 뉴스로는 국민들을 호도하거나 감동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굵직한 사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빅이슈가 되고 있다. 이른바 대형 사건사고들이다. 사실 세상사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으니 요즘은 뉴스를 접하기도 무섭다는 여론들이다. 각종 잔혹하고 황당한 살인사건까지 잇달아 참 무서운 세상이구나 하는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다. 살인사건도 참 잔인하기 그지없다. 36살 여자가 제주도 펜션에서 전 남편을 죽여 시체를 잔인하게 바다에 유기하지를 않나, 출소한 동생이 옥바라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친형을 죽이질 않나, 조현병 환자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여 멀쩡한 차량을 들이받아 예비신부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야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어둡고 아프게 하고 있다. 얼굴과 신상까지 공개된 제주도 살인사건 피의자의 모습에서 전율을 느끼고 있다. 그 살인의 동기나 이유를 불문하고 인면수심의 비애 그 자체이다.
여기에다 헝가리 유람선사고는 사고 희생자들의 유해가 수습되고 일부 희생자 유해가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인양된 유람선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참사 실종자 3명은 아직까지 찾지를 못하고 있다. 7명만 구조되고 23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헝가리 다뉴브 강 유람선 참사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고로 국민들의 충격이 가시질 않고 있다. 가득이나 이런 저런 불미스런 사건사고들로 국민들의 기분이 측 쳐져 있는 가운데 정치는 틈만 나면 진흙탕 싸움만 일삼고 있으니 도대체가 신명이 나지를 않고 있다. 바르게 다스린다는 정치(政治)라는 글자가 쌈판과 극단적인 대립의 상징처럼 들리는 요즘이다. 민주주의에서 민주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다 전달되는 뉴스를 보면 신문이나 방송이나 할 것 없이 암울한 소식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심지어 생후 7개월 된 영아를 6일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은 참으로 비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술 마시고 게임하면서 지냈다고 하니 도대체 이럴 수가 있는 가 탄식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일련의 강력사건들을 보면 인면수심의 극한을 보는 듯하다. 기분도 좋지 않고 잠자리도 뒤숭숭할 정도이다.
그나마 숨 막히는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 돌파구와 청량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스포츠뿐이다. 이미 추신수 선수가 200홈런으로 아시아출신 선수 중에서 역사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여기에 류현진 선수가 9승을 달성하며 10승 11승 승승장구의 토대를 마련하며 5월의 선수상까지 수상하여 기염을 토했다. 그 기라성 같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제치고 받은 상이라 더욱 값지다. 최지만 선수도 펄펄 날고 있고 콜업된 강정호 선수마저 홈런포를 쏘아대며 국민들을 기분 좋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36년 만에 4강 진출을 이뤄내고 결승까지 진출하여 최고의 주말을 선사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던 경기 내용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장전까지 최선을 다해 이뤄낸 기적 같은 승리는 전 국민들을 열광의 분위기를 몰아넣었다. 밤잠을 설치면서도 16일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새벽 시청률은 최고를 기록했다. 역사적인 날이며 기분 좋은 날이며 모처럼 온 국민이 하나가 된 날이었다. ‘네편 내편’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우리 모두가 하나였다.
이런 스포츠가 없으면 국민들의 기분이 어땠을까 싶다. 신나는 일이 없는 요즘에 축구를 포함해 야구 등 스포츠 모두가 그야말로 이 무더운 여름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짜증스런 정치에다 비실거리는 경제가 국민들의 기분을 잡치고는 있지만 그나마 스포츠가 있어 위안이 되고 있다. 요즘 축구만큼만 신나는 일들이 생긴다면 그 얼마나 사회적 분위기가 좋아질까 생각도 해 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말이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에서 최고 모습을 보게 된다. 대한민국 축구 청소년들의 앳된 모습이 값지고 멋지고 자랑스럽다. 기쁨을 선사한 대한민국의 선수들에게 무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기분 좋은 소식, 감동적인 소식을 전하는 우리 청소년 축구 선수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엿보게 된다. 요즘 스포츠는 국민들의 기분을 긍정으로 확 바꾸어버리는 마법을 연출하고 있다. 호주머니가 비었어도 신바람 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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