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지난 5월 3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추돌사고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황당하게 희생당했다. 침몰한 유람선에는 한국인 관광객 33명과 승무원 2명 등 모두 35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한국인관광객 7명은 구조됐으나 7명이 숨졌고 헝가리 승무원 등 21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로 알려졌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를 접한 국민들은 한마디로 충격이다. 유람선에 추돌한 크루즈 선장은 현지 경찰이 부주의 태만혐의로 체포했다고 한다. 길이 135미터에 이르는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시긴‘이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를 들이받고 불과 7초만 침몰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들이받고도 구조하지 않고 그대로 운항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무슨 황당 스토리인지 국민들의 분노가 매우 크다. 정부도 부랴부랴 나서 현지에 신속대응팀을 파견하여 대처에 나서고는 있다. 청와대, 외교부, 소방청, 국정원, 해경청, 해군 등으로 구성됐다. 입체적인 실종자구조팀으로 수습대책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 있어서는 안 될 불행한 사고의 후속대처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현지 상황이 시시각각 뉴스속보로 전달되고 있지만 국민들은 기대감을 상실하고 있다. 점차 탑승자 신원확인도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추가 구조자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국민적 아픔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고자 가족들이 현지에 찾고 있지만 이들의 애끓는 마음과 구조자들의 정신적 충격은 한마디로 불문가지이다. 현지에서는 다뉴브강을 유람하기에는 날씨도 좋지 않은데도 유람선들이 운항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등 기상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유람선에 태우고 심지어 구명조끼조차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비하지 않은 인재라는 지적이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떻게 유람선이 운항되기에 대형크루즈가 이처럼 뒤에서 들이박을 정도로 근접해 있었는지 황당하기 그지없다. 패키지여행들이 갖고 있는 빨리빨리 섭렵여행이 이미 문제가 많다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람선에는 가족단위 등 9개 그룹이 탑승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6살 어린이와 72세가 포함된 가족 여행이라는 점에서 신원이 파악될 경우 더욱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이런 참사를 당해야 하는지 이런 비보를 접한 국민들의 요즘 일상이 마냥 어둡기만 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황당한 사고들로 이른바 ‘사고공화국’이란 오명까지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월호 참사의 악몽으로 아직도 잊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민들의 충격과 고통의 상징이다. 황당한 사고의 아픈 상처이며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인 것이다. 2017년 12월 21일 충북제천 스포츠센터 발생한 화재는 29명의 사망자와 2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기공사를 하던 1층 주차장에서 불이나 불과 한 시간여 만에 엄청난 대형화재참사를 불러일으켰다. 2014년에는 장성요양원의 화재사고롤 노인 환자 21명이 사망사건이 발생한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무엇보다 충격을 주었던 황당한 사고는 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이다. 2018년 1월 26일 경상남도 밀양시 중앙로에 있는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이다. 이 사고로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부상당하는 등 무려 15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스프링쿨러 설비가 작동하지 않았다.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7시 32분에 발생해 소방인력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25명이나 사망한 상태였다. 한마디로 안전관리 미흡이 대형화재로 인한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사고들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각종 안전 대책이 쏟아지고 난리를 피우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잠잠해 진다. 그래서 늘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란 비아냥거림을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사건’의 충격에 이어 지난 4월 17일 조현병 치료 중단자에 따른 ‘진주아파트 방화살인사건’도 5명 사망 등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끔직하고 황당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국민들이 분노와 충격에 휩싸인 사건이다. 이후에 여러 가지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과연 얼마나 실행이 되고 있는지, 유사사건 발생을 막기 위한 사전대비가 되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유비무환의 마음가짐이 선행이 되지 않아 늘 뒷북행정이란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문제에 관한 한 늘 그래왔다. 그래서 ‘안전불감증’이란 용어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번 헝가리 유람선의 황당한 사고를 접하면서 과거 대한민국이 겪어온 황당무계한 각종 사건사고들의 전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이런 사건사고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상 유비무환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대충 눈가림식 땜질식 처방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이는 과거 많은 전례를 통해 교훈적으로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순식간에 황당하게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이 이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헝가리유람선 사고가 보여주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전대비책이 무엇보다 중요 하다. 사건사고가 터지고 나서 아무리 신속하게 대응을 하고 아무리 처리를 잘 한다 해도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후약방문’과 ‘유비무환’의 두 용어의 개념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대비되는 두 용어가 던져주는 강력한 메시지를 꼭 명심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있어 중요한 모토로 삼아야 할 것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 멸사봉공과 살신성인의 고귀한 삶을 살았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참뜻을 기리는 의미도 마찬가지이다. 다시금 망국과 6·25전쟁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6월은 국가안위를 위한 유비무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 뼈아픈 역사적인 교훈을 숙연히 상기하도록 함축의미를 던져준다는 사실도 아울러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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