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관련자 김용훈

37년전 오늘 , 내 나이 스물 일곱 살 시절 감옥의 차디찬 독방에 던져졌다,

서슬 퍼런 독재자 박정희 독재정권을 끝장내자는 국민적 저항 세력이 김대중 선생을 정신적 지주로 발족한 민주헌정동지회(회장 양순직)라는 결사체로 응집되면서 필자는 당시 논산군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돼 지역 내 민주투쟁세력의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영구집권을 꾀하던 박정희 정권이 이를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일체의 정치적 비판을 불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위 대통령긴급조치 9호를 발동한 박정권은 반체제 민주세력에 대한 일제 검거령을 내렸고 충남에서는 필자와 대전에서는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일컬어지던 송좌빈 두 사람이 감옥에 끌려가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자격정지 2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필자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 영등포 구치소 독방에 갇혀 있던 중 박정희는 그의 총신 김재규의 총탄에 유명을 달리했고 유령 같은 법 아닌 법의 지위를 가졌던 긴급조치는 해제 됐다.

전국 교도소의 김방에 수감됐던 민주인사들은 영어의 몸에서 자유를 되찾았다. 김대증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 직속으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두어 민주화 투쟁대열에 나섰다 감옥에 갇혔던 이들에 대한 엄정한 심의 끝에 골라낸 민주인사들에 대해 소위 “민주화운동관련자인증서” 라는 아리송한 증서를 발급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대통령 긴급조치가 해제되고 면소판결로 풀려난 필자도 인증서를 전달 받기는 했으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서도 정부당국자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통해 핍박받은 민주인사들의 족쇄인 전과기록을 삭제하는데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민주화 운동관련자로 인증 받은 이들 중에 소위 잘나가는 정치인들이나 재력이 있는 이들은 속속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원을 상대로 무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무죄 편결을 얻어내고 보상을 받는 등 신분 회복에 성공 했지만 형편이 여의치 못한 수천여명의 민주인사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아직도 전과자의 멍에를 벗지 못하고 있는 기막힌 현실 앞에 우울해 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민주이념을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권에 묻는다, 도대체 우리 민주화운동관련자들의 죄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민주화 투쟁 끝에 감옥에 갇혔던 우리들에게 무슨 죄가 남아서 전괴기록을 삭제 하는데 이리도 인색한가를 묻는다.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나라의 민주주의가 정의로운 강물처럼 흐르고 들꽃처럼 만발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런 세상의 구현을 위해 청춘을 바친 이들에게 수십년을 두고 기만하고 우롱하며 전과자의 족쇄로 묶어두고 있는 어떤 이유라도 있는건지가 퍽이나 궁금하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바친 이들에 대한 홀대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터에 말그대로 목숨을 걸고 독재와 정면으로 맞붙어 싸워 민주화의 기틀을 다지는데 일익한 우리에게 조차 이런 막돼먹은 대접을 한다면 훗날 나라가 다시어려워 지는 국면을 맞을 경우 그 뉘라서 몸바쳐 나라를 위해 충성할 것인가를 묻고 싶다.

우리는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무런 보상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가 나서서 억울한 족쇄 인 전과 기록을 삭제해 주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문득 동학농민운동을 주도하던 녹두장군 전봉준 선생이 처형 직전에 읆조렸다는 시구 한 구절을 떠올린다,

시래천지개동력 [時來天地皆同力]

운거영웅부자모 [運去英雄不自謀]

애민정의아무실[愛民正義我無失]

애국단심 수유지 [愛國丹心誰有知 ]

때가 왔을땐 하늘과 땅도 나를 돕는것 같더니, 운이 다하니 영웅인들 스스로 어쩔도리가 없구나 백성을 사랑하고 정의를 쫓는 내게 무슨잘못이 있더냐? 이런 애국단심을 그 누가 알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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