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제일고등학교 배움터 지킴이 김천섭

5월은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서도 잊어지지 않는 대표적인 행사들로 손꼽히면서 5월은 가정의 달로 기억되고 있다. 그중에 스승과 제자의 훈훈한 이야기 들이 5월을 아름답게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스승의 날을 생각하면서 스승의 사랑을 담은 멋진 어느 k라는 초등학교 여교사와 제자 이야기를 함께하고자 한다.

개학날 담임을 맡은 5학년반 아이들 앞에 선 그녀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이들을 둘러보고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첫줄에 구부정하니 앉아있는 작은 남자 아이 철수가 있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 했다.

k선생은 그 전부터 철수를 지켜보며 철수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옷도 단정치 못하며 잘 씻지도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때로는 철수를 보면 기분이 불쾌할 때도 있었다. 끝내는 철수가 낸 시험지에 큰 x표시를 하고 위에 커다란 빵점을 써넣는 것이 즐겁기까지 한 지경에 이르렀다.

k선생님이 있던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의 지난 생활기록부를 다 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철수 것을 마지막으로 미뤄두었다. 그러다 철수의 생활기록부를 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철수의 1학년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썼다.

"잘 웃고 밝은 아이임. 일을 깔끔하게 잘 마무리하고 예절이 바름. 함께 있으면 즐거운 아이임."

2학년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썼다.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훌륭한 학생임. 어머니가 불치병을 앓고 있음. 가정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보임."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썼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음고생을 많이 함. 최선을 다하지만 아버지가 별로 관심이 없음. 어떤 조치가 없으면 곧 가정생활이 학교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임."

철수의 4학년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썼다.

"내성적이고 학교에 관심이 없음. 친구가 많지 않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기도 함."

여기까지 읽은 k선생은 비로소 문제를 깨달았고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반 아이들이 화려한 종이와 예쁜 리본으로 포장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져왔는데, 철수의 선물만 식료품 봉투의 두꺼운 갈색종이로 어설프게 포장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더욱 부끄러워졌다.

k선생은 애써 다른 선물을 제쳐두고 철수의 선물부터 포장을 뜯었다. 알이 몇 개 빠진 <가짜다이아몬드>팔찌와 사분의 일만 차있는 <향수병>이 나오자, 아이들 몇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녀가 팔찌를 차면서 정말 예쁘다며 감탄하고, 향수를 손목에 조금 뿌리자 아이들의 웃음이 잦아들었다.

철수는 그 날 방과 후에 남아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 꼭 우리 엄마에게서 나던 향기가 났어요." 그녀는 아이들이 돌아간 후 한 시간을 울었다. 바로그날 후로부터 그녀는 아이들을 진정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k선생은 철수를 특별히 대했다. 철수에게 공부를 가르쳐 줄때면 철수의 눈빛이 살아나는 듯했다. 그녀가 격려하면 할수록 더 빨리 반응을 했다. 그 해 말이 되자 철수는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었고,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겠다는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가장 귀여워하는 학생이 되었다.

1년 후에 그녀는 교무실문 아래에서 철수가 쓴 쪽지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그녀가 자기평생 최고의 교사였다고 쓰여 있었다.
6년이 흘러 그녀는 철수에게서 또 쪽지를 받았다. 고교를 반2등으로 졸업했다고 쓰여 있었고, 아직도 그녀가 자기평생 최고의 선생님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쓰여 있었다.

4년이 더 흘러 또 한 통의 편지가 왔다. 이번에는 대학 졸업 후에 공부를 더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쓰여 있었다. 이번에도 그녀가 평생 최고의 선생님이었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라 쓰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름이 조금 더 길었다. 편지에는 'Dr.박 철수 박사라고 사인되어 있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해 봄에 또 한 통의 편지가 왔다.
철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으며, k선생님에게 신랑의 어머니가 앉는 자리에 앉아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녀는 기꺼이 좋다고 화답했다. 그런 다음 어찌 되었을까?

그녀는 가짜 다이아몬드가 몇 개 빠진 그 팔찌를 차고, 어머니와 함께 보낸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어머니가 뿌렸었다는 그 향수를 뿌렸다. 이들이 서로 포옹하고 난 뒤, 이제 어엿한 의사가 된 박 철수는 k선생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선생님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그리고 제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말이다.

k라는 어느 초등학교 여교사와 제자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한편의 드라마처럼 우리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 스승과 제자 사이에 감동의 이 사연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못살고, 힘들고, 어렵고, 소외받는 사람에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경종과 함께 따뜻한 가슴으로 믿고 칭찬해 주며 다가선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에 큰 박수를 보내며 다가오는 5월이 더욱 아름다운 가정의 달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