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요즘 국민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에 이르기까지 온통 난리가 아니다. 마치 호떡집에 불난 듯하다. 광화문은 주말마다 집회와 시위로 늘 시끌벅적 하다. 전 분기 대비 1분기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0.3%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와 수출부진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는 지속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제조와 수출, 실물경기 등 어느 곳 하나 경제 활력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난파선이나 다름이 없다. 배에 물이 차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수수방관하다가는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은 뻔한 이치이다.
이런데도 국회는 공수처니 선거법 개정이니 사보임이니 하면서 속칭 ‘맞짱뜨기’로 격한 대립을 하고 있다. 국민들도 생소한 사보임이란 단어를 놓고 사전이나 인터넷을 뒤져보는 형국이니 치졸한 정치행각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싶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목적만 쟁취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정치권에는 차고 넘친다.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면 이처럼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대립할 이유가 없다. 분명 이는 역사적인 심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행각들이다. 이 역시 국민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등 세 지역에서 발생한 황당한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면적이 여의도 면적(290㏊)의 6배가 넘는 1,757㏊에 달한다. 이번 산불로 고성이 집계한 피해규모는 이재민 413세대 959명으로 피해액은 2,198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성·속초지역 산불피해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오전 고성군 토성면 노송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산불 책임은 명확히 한전과 정부에 있다“ 며 한국전력공사가 책임을 완전히 인정하고 합당한 손해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무기한 투쟁을 병행할 뜻을 밝혔다. 산불원인도 한전 관리 소관인 전신주와 전선 등 송배전 설비를 산불 원인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관리부실이 아닐 수 없다. 이재민들의 고통과 황망한 처지가 엄청난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정신적 배상까지 필요하다. 국민적 스트레스를 넘어선 고통과 분노이다.
연예인들의 마약투약문제와 성매매알선문제가 연일 언론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의 중심에 서 있던 승리라는 가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또 한류스타라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마약투약혐의로 구속되면서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다. 재벌 3세들의 마약투약 혐의도 사회적 파장을 함께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도덕불감증이자 공인으로서의 자질을 상실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가끔 연예인들의 원정도박문제 등이 문제가 되어 화면에서 사라지나 싶으면 어느 듯 다시 돌아와 희희낙락거리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사회적으로 지대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일회용 반창고 붙이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이들 인기를 누렸던 연예인들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도 배신감과 스트레스를 더해주고 있다.
5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친 4월 17일 진주아파트방화 살인사건은 온 국민들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었다. 12살 여아와 엄마, 할머니까지 일가족이 참사를 당한 이 사건은 ‘편집증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42)이 저지른 흉악무도한 범죄로 기록되고 있다. 그 수법자체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는 조현병환자의 치료중단사태가 빚은 인재라는 지적이 강하다. 경찰이나 행정기관에서조차 주민들의 민원을 묵살하고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가 빚은 참사이다. 경찰과 복지부, 지자체들은 고 임세원교수 살인사건이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선대책을 논의하고 법률을 개정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경찰청은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행정입원 판단 매뉴얼을 지난해 말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그 때 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또다시 조현병환자로 인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24일 오전 9시 10분께 경남 창원시 한 아파트 6층 복도에서 2017년 조현병 진단을 받은 A(18)군이 위층에 사는 할머니(75)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25일 오후 10시께 경북 칠곡군 한 정신병원에서 알코올중독과 조현병으로 입원한 환자 A(36)씨가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 B(50)씨를 평소 잔소리 한다는 이유로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잇따라 발생하는 이런 사고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탈원화 정책이나 법적 맹점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점 때문에 보건복지부 소관 정신질환자 문제가 법무부 소관으로 넘어가 앞으로는 공주치료감호소가 포화상태를 넘어설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정책을 실패한 미국의 과거 전례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만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온통 부정적인 암울한 소식들이 곳곳에서 넘쳐나니 국민스트레스를 넘어 또 다른 정신적 폐해가 우려되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너무나 어수선하고 혼돈스럽다. 행복하고 평화스러워야 할 봄날이 마치 살벌한 겨울철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무엇하나 신바람 나는 일이 없는 것 같다.모두가 정신 차리고 우리 사회를 정상으로 되돌리자. 모든 분야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의 허상이 아닌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실한 정치와 행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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