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4월은 우리 근현대사에 큰 사건들이 많다. 제주 양민을 빨갱이로 둔갑시켜 무참히 학살한 제주4.3사건, 대표적 사법살인이라고도 말하는 온갖 고문과 폭력을 통해 평범한 대학생을 간첩으로 조작하여 살해한 인혁당 사건 등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양민을 무참히 학살한 국가폭력의 역사와 이런 권력에 저항하여 끝내는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 그리고 아직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4.16 세월호참사 등 참으로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그렇다고 4월이 학살과 저항의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이 만나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가고 있기도 하다.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과 북이 군사적 대결과 증오를 넘어 상호신뢰를 통한 통일의 길, 평화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핵을 안고 굶어 죽는 것 보다 핵을 포기하고 잘사는 길을 선택했고, 남한은 증오와 불신을 버리고 신뢰와 상호상생의 길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을 향한 첫 걸음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는 것과, 양 정상은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빨리 종식 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일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아 역사의 땅 판문점에서 선언한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우리 국민들은 금방이라도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되고, 개성공단도 다시 문을 열고,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줄 알았다. 그래서 남과 북이 그동안 대결과 증오의 역사를 걷어내고 화해와 상생의 길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비무장지대 경비초소 철거, 이산가족 상봉 등 소기의 성과는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양측의 입장 차이로 결렬되면서 아직도 판문점 선언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민이 주도하는 DMZ평화인간띠잇기 운동을 4월 27일 14시 27분에 강화에서 고성까지 평화누리길 500Km를 남녀노소 50만명이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어 8천만 겨례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을 온 세계에 알리자는 것이다. 이 운동의 캐치프레이즈는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이다. 학살과 저항으로 점철된 잔인한 4월에 대결과 분단의 상징인 DMZ로 봄 소풍을 떠나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길을 열어보자는 것이다.

대전도 지난 3월 14일 대전역광장에서 대전세종충남운동본부 출범식을 가졌다. 추진위원단도 애초에는 3.1운동 100주년, 민족대표 33인을 상징하는 133명을 구성하기 했었는데 출범식 당시 추진위원이 133명을 훨씬 초과하여 애초 계획의 두 배인 266명의 추진위원과 4월 27일 봄 소풍 참가자 1만명을 목표로 참가신청서를 받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길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그래서 보수의 맏형이라고 하는 한국자유총연맹 대전지부부터 대표적인 진보단체인 대전 민중의 힘까지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출범선언을 통해 “… 지난 세월 분단의 상징이었던 DMZ이 이제는 평화와 생명의 공간으로 재탄생될 시점에 이르렀다. 아픔의 땅인 이곳이 우리들 미래에 희망을 선사하는 위대한 공간이 될 것이다. 온갖 생명이 꿈틀거리는 생태적 보고인 이곳에서 우리들 미래를 의논해 보자. 생명을 사랑하고 공동체를 새롭게 꿈꾸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이여, 이곳에서 우리 한번 손잡고 큰 춤을 추어보자. 우리들 상상력이 이 땅을 세계평화의 발원지로 만들 것을 믿으며 말이다. 바야흐로 이곳에서 인류의 생명문화를 위한 대안이 창출되지 않겠는가?…(출범선언문 중에서)”라며 평화인간띠 운동이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넘어 세계평화의 발원지로, 생명문화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제 잔인한 4월을 생명과 평화와 상생의 길을 열어가는 희망의 달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대전세종충남 시민 모두 4월 27일 DMZ로 가족의 손을 잡고 소풍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만 된다면 DMZ는 더 이상 대결과 분단의 상징이 아닌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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