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전도시공사 사장 박남일

삼라만상이 잠을 깬다는 경칩이 지났다. 지난 6일이었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 나와 봄을 알린다는 경칩이 지나고 오는 21일이 춘분이니까 이제 봄은 코앞에 다가왔다. 벌써 남쪽에는 봄꽃이 꽃망울이 터드렸다.

경칩(驚蟄)은 24절기의 하나이며, 3월의 절기이다. 날씨가 따뜻하여 각종 초목의 싹이 트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땅위로 나오려고 꿈틀거린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생겨났다. 따사로운 언덕에는 냉이, 달래 등 봄나물이 움을 트고 있다. 특히 생명력이 강한 쑥이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내밀며 성급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봄은 우리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계절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있다.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는 말이다.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이 봄의 향연으로 이어지고 있건만 세상 돌아가는 것은 어찌 순탄치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2만 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12년 만에 3만 달러 고지를 밟았다. 정확히 3만1349달러다. 잘 사는 시대가 왔거나 열어야 하는 선진국대열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러나 경제에는 춘래불사춘이다. 엄청난 쾌거임에도 사회적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경제의 봄은 ‘아직’이다. 그래서 서민들의 마음은 그냥 답답하기만 하다.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개원을 했지만 여야의 대척점만 확인했을 뿐 겉돌고 있다. 2월을 넘기고 3월 개원은 했으나 동상이몽이다. 개점휴업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생각도 들지만 하여튼 그렇다. 여러 가지 셈법이 다른 모양이다. 나라에 주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도 늘 이런 분위기로 정치가 돌아가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했으면 축제도 벌이고 자축을 해야 하련만 슬그머니 지나가는 형국을 볼라치면 ‘풍요 속에 빈곤의 행진’을 느끼기는 하는 모양이다.

물론 똥개는 짖어도 세월은 간다. 악순환이던 선순환이던 역사를 가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민생이 어렵고 남북문제가 어렵고 취업이 어렵고 정치가 순탄치 않은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법이 나와야 하는데 해법은 없고 답답한 심경만 더하고 있다. 봄을 봄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일상이 정상적이지 못함을 상징한다. 그렇다고 오는 봄 가는 봄을 붙잡지는 못한다. 가득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마스크에 의지하는 세상공기가 요즘 탁해도 너무 탁하다. 답답하다. 그렇다고 주저 않을 수는 없다. 정신건강을 위해 성큼 다가온 봄의 향연을 만끽하는 여유를 억지로라도 가져봄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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