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완석 (연극평론가, 연출가)

우리 말 가운데 “장하다”는 말은 ‘대견하다 놀랍다. 칭찬할 만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 말로써 아주 감격적인 표현에 이를 때 사용되어지는 말이다. 오늘 나는 극단 새벽에서 금번에 무대에 올리는 사실주의 근대연극의 창시자라고 말 할 수 있는 헨릭 입센의 작품 “유령” 공연을 앞두고 참으로“장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먼저 오늘 날 대부분의 연극 작품이 언어의 유희적인 요소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추세에서 이렇게 사실주의와 자연주의라는 사조의 전환적 시기에 발표된 세기의 명작을 과감하게 선택했다는 것이 장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 장했던 것은 내 생활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개인적 이기주의가 강세인 요즘 더불어 함께하는 삶의 모양을 보여준 극단 관계자들의 바른정신에 감격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청소년 뿐만 아닌 기성세대들에게도 생활관조라는 교육적 치유적인 효과를 드러낼 수 있는 작품으로서 흥행과는 무관한 명작임과 동시에 미담적인 요소가 담겨져 있다. 이번 작품을 연출한 송전교수는 30여년 넘게 이 지역에서 교육자로 연출가로 또 연극이론가로서 활동해온 자랑스런 연극인이다.

그런 그가 지난 28일 자로 정년을 맞아 대학 교직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의 제자인 극단 새벽 한선덕 대표가 그의 정년퇴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한 헌정 공연작품이라는 점이다. 내 삶의 손익분기점을 셈하며 이익이 되면 웃고 손해되면 찡그리는 그런 유형의 삶이 아닌 진정으로 베푼 은혜에 감사를 할 줄 알고 또 모든 일에 있어서 더불어 함께하는 삶의 유형이 얼마나 아름다움인지를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사실 송전 교수는 내 유일한 동갑내기 친구이다.

또 ROTC 학군장교의 15기 동기이며 군 제대 후 40년이 넘도록 근거리에서 조석간 안부를 나누는 지기이다. 때문에 그의 학구적인 학자로서의 실력과 연극에 대한 열정 무엇보다도 지역연극의 풍토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 아낌없이 사랑하는 그의 심중을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다. 그런 그가 40년 가까운 대학강단을 떠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 그지 없는데 그런 그를 위해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한 일을 이번에 새벽극단에서 자리를 마련해주었다는 것이 얼마나 장한일인가?

진심으로 감사하며 축하하며 고맙게 생각하는 바이다. 이번 작품 “유령”은 사실주의 근대작가 헨릭입센이 에밀졸라의 영향을 받아 자연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만든 작품으로서 대단한 명작이다. 대중가요에 익숙한 사람들이 클래식음악의 가치를 음미하기 어렵듯이 소극(笑劇)에 익숙한 관객들이 명작의 가치를 음미하며 관극하기는 다소 힘들겠지만 그래도 고전적인 가치창출에 한번쯤 동석해 보는 것도 웰빙적인 삶을 꿈꾸는 우리들에게 참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송전교수 같은 학자가 분석한 헨릭입센의 작품 전개가 어떤 고전적인 의미를 제공할지를 기대해보면서 말이다. 모두다 정말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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