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이야기 하나.
2019년은 벧엘의집이 대전역 인근에서 노숙인 사역을 시작한지 20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지나온 20년을 반추하고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20주년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20주년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2019년 신년사에서 “… 이제 우리는 성년이 된 벧엘이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것에 도취 되기보다는 다시 처음 고백 앞에서야 할 것입니다. … 벧엘이 걸어온 길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도피성이 되어야 했고, 우는 사람, 아픈 사람, 실패한 사람 등 이 사회로부터 버려지고 밀려난 사람들이 곧 또 다른 나임을 고백하고 아니 그들이 지금 우리를 만나려고 찾아오신 예수임을 고백하고 그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공감하고 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벧엘의 20년은 처음 고백과 함께 첫발을 내디딘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비록 시작은 다르더라도 20년을 한 목표를 향해 한 길을 달려왔습니다. 우리는 함께 길을 가며 동지가 되었고, 마음을 모았고, 서로 거들며 벧엘이라는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 이제 우리는 새로운 20년을 향해 출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벧엘의 꿈을 함께 꾸며 달려왔듯이 다시 한 마음으로 20년을 달려가야 합니다. 다시 일어섭시다. 그리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다시 출발합시다. 그것이 올해 성년이 되는 벧엘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첫 고백을 다시 기억하며 하나님의 공의가 하수같이 흘러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존귀한 형상대로 존중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라며 지금까지 지켜온 벧엘의 정신을 이어가고 새로운 벧엘의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울안공동체 식구 중의 한 분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우리 곁을 떠났다. 충격이었다. 술 때문에 벧엘을 들락날락하면서 쉬 마음을 잡지 못하다가 비쩍 마르고 당뇨가 심해져서 다시 벧엘을 찾아왔을 때만 해도 잠시 몸이 회복되면 다시 나가겠지 했는데 이번에는 자활근로도 열심히 하고 술도 끊고 저축도 하는 등 새롭게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갑자기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정말 우리는 최선을 다한 것인가? 입원을 완강하게 거부하여 119구급차를 그냥 돌려보내야만 했을 때 강제적이라도 입원을 시켰으면 어땠을까?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분향소를 설치하고 벧엘 일꾼들이 함께 분향할 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니 한 발 더 앞으로 내딛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여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자고 했다. 매 순간 최선의 길을 찾지만 지나고 보면 늘 아쉬움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 둘.
희망진료센터가 오랜만에 자원봉사 진료의사 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조부활목사는 10년 만에 의사 모임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진료환자수, 외래환자수, 입원환자수, 예산, 자원봉사자수 등 지표상의 내용은 눈에 보일 정도로 발전했다. 그런데도 그동안 무엇이 그렇게 바빴는지 함께 모이는 것조차 아주 오랫동안 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최소한 2번은 모임을 갖기로 했다. 청진기 하나 없이 무료진료 활동을 시작한 희망진료센터도 울안공동체와 한 달 간격으로 출발했기에 올해로 20년이 된다.

무료진료소가 없는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라는 믿음으로 빨리 없어지기 위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20년을 달려왔다. 그런데 없어지기는커녕 규모나 활동면에서 더 커지고 안정되어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 초심을 잃고 타성에 젖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 모임에서 20년을 한결같이 달려왔지만 돌아보고 다시 처음 고백을 이루기 위해 모두의 마음을 모아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로 삼자고 했다. 정말 우리는 무료진료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그 길을 향해 최선을 다했는가? 어느 순간 현실에 안주하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다시 우리의 최선이 무엇인지 물어가며 새로운 20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야기 셋.
벧엘의집이 캄보디아 해외 지원활동을 한지도 1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캄보디아 깜퐁츠낭 주민들에게 비타민이라도 나눠주는 것만 해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지면서 세계의 심장이라는 사단법인이 설립되고, HOPE COMMUNITY라는 현지 NGO도 설립했다. 어디 그뿐이랴 장학금 지원, 집수리, 학교건축, 심장병 수술, 정신질환자 공동생활 시설 및 자활지원 썸머라홍 지역 지원활동 등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을 했다. 또한 현지에 실무인력도 생기고 100명 넘는 정신질환자들을 정기적으로 돌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잘 가고 있는 것일까? 매년 의료캠프 날짜를 정하고, 봉사자들을 모으고, 현지에서 요청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모금을 하는 등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잠시 멈추고 돌아보아야 하는데 이미 현지와의 약속, 다른 봉사팀과의 약속으로 인해 이미 날짜를 정하고 정신없이 의료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정말 무엇이 최선일까? 잠시 멈추고 점검해야 되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의 최선은 무엇을 더 하기 보다는 비록 어쩔 수 없이 계획된 것들을 진행하면서라도 처음 가졌던 생각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최선은 무엇인가? 상황에 따라 최선의 방법도 내용도 달라지겠지만 지금의 최선이 무엇인지 물어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지나온 과거의 최선을 돌아보고 지금의 최선이 제대로 가는 길을 가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어쩌면 타성에 젖어 어제의 최선에 안주하고 있지 않은지. 그러기에 새롭게 열어갈 20년은 지금보다는 더 초심을 지키고 가는 길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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