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 노마드화를 통한 범세계적 전이위험이 증대"

이만종(호원대 교수, 대테러안보연구원장)

올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미군이 철수하게 되는 시리아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대립하는 예루살렘 등 중동지역에서 촉발될 수 있다.

시리아는 터키와 쿠르드족, ISIS잔류세력 및 주변 중동국가 등의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예루살렘은 개신교는 물론 유대교와 이슬람교까지 세 종교가 모두 성지로 인정하는 민감한 지역이다. 특히 2018년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수도선포는 팔레스타인이 국제테러정세에 가세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주고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더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시리아지역에서 미군철수로 인한 ISIS의 재건가능성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ISIS소탕전투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철수 주장등과, 중동에서의 영토를 잃은 잔당들이 전 세계 무슬림의 60%이상이 거주하는 아태지역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등도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하조직화로 몰락의 위기를 넘기고 새로운 버전으로 재출현하게 될 것이며 언젠가는 이 극단주의 괴물은 또 다른 이름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범세계적 테러확산의 한축이라 할 수 있는 ‘종교기반 급진주의’사상이 ‘폭력적 극단주의’로 버전을 달리하며 새롭게 발현되고 있으며 최근 ISIS현상이 특정한 테러집단의 행태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의 전반적 테러확산 현상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국제 안보정세에 새로운 불씨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포스트ISIS에서도 테러기법과 수단의 진화로 인한 ISIS의 이념과 추종자들의 전 세계로의 확산 즉 테러의 노마드 화를 통한 범세계적 전이위험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테러의 형태도 ISIS연계조직과 알카에다, 알샤바브, 탈레반, 보코하람 등이 병원과 학교, 지하철, 나이트클럽, 극장 등 이른바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겨냥한 무차별 테러를 벌이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이라크/시리아에서 세력이 약화된 테러리즘 세력들이 '외로운 늑대'들의 '자생적 테러'로 전략전환을 모색하면서 민간인 영역으로 테러전선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그래서 2019년 테러문제의 해결 및 개선 전망은 여전히 어둡고, 오히려 더욱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생테러발생 가능성 대비필요
2019년 한해 우리나라는 테러로부터 안전할 것인가? 남북간의 평화분위기 조성은 북한에 의한 후방 테러위협과 전면전(全面戰)에 앞선 비대칭전력으로서의 테러공격의 위험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국제결혼, 외국인 노동자, 난민과 새터민의 증가로 인한 자생테러발생 가능성은 대비하여야 할 사항이다. 특히 냉엄한 국제 질서 속에서 국가 간의 평화 약속과 같은 상호작용의 귀결이 곧바로 전쟁의 회피를 보증할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냉정히 인식하고 대응해야할 안보적 문제이기도하다.

새로운 글로벌 안보 이슈
이제 테러리즘은 어느 한 나라나 지역이 감당하기 어려운 본격적 글로벌 안보과제이기 때문에 국제적 공조는 중요한 사항이다. 우리가 살펴야 하는 사항은 포스트ISIS시대에 미국의 전략적 변화이다. 중동의 상황변화는 그동안 ‘테러와의전쟁’에 투입된 자원을 조정하고, 장기적으로 중국의 부상이 초래할 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관리하려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아시아 재 균형(Asia Rebalancing)’전략들은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정세와도 밀접한 상관성이 있는바, 향후 ISIS의 정세 및 이에 대한 미국의 ISIS대응전략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우선주의를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대테러정책을 전망하는 것은 우리의 안보 등 대테러 정책수립에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 테러의 안전지대도 아닐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사회 불만세력에 의한 테러위협도 유의해야 한다. 한국역시 여러 사회계층의 충돌과 다문화 사회진입에 따른 반사회적인성향과 폭력적 극단주의가 섞인 ‘외로운 늑대 형 테러’는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를 수 있다. 따라서 새롭게 변신하는 테러에 대한 방지 및 예방을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의 실현성에 대한 제약 극복이 중요
신뢰의 불신은 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위험한 요소이다. 실제 역사 속에서 이어진 수많은 전쟁과 혼란의 시초는 상호불신이라는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남북 간은 상호신뢰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조치들을 진행 시키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와 유해 공동 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서해상 적대행위 중단 등에 합의한 것은 지금까지의 일체의 적대행위와 무력행위를 금지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북·미 간 핵협상과 종전선언은 아직도 교착 상태로 변수는 많고 장담 할 수 없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기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북미 상호간의 신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날 북한의 핵문제와 국제정치적 현실은 우리의 기대를 충족 할 만큼 예측하기 힘들고 냉혹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분명한 소망은 남북 간 불안한 대치의 지속과 차가운 전쟁대신 평화이지만, 국민의 여론은 분분하고,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정치적 구조에서 통일된 지지도 부족함이 우리의 안보적 현실이다. 그래서 평화의 실현성에 대한 제약을 극복해야 하는 지도자의 선택은 더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은 이념적 갈등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고 열정의 분출은 가급적 이성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함을 말하고 싶다. 두 눈으로 살펴보는 안보가 필요하다.

궁극적 해법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 유지
테러리즘은 어느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이 감당하기 어려운 본격적 글로벌 안보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테러리즘의 사상·이데올로기와 테러의 수단·방법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테러의 대상이 최근에는 개인·사회의 범주를 넘어 국가분쟁과 대리전쟁의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테러에 대한 적절한 원인진단, 해법모색, 대응노력 등이 부족할 경우 테러와의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결국 테러에 대한 궁극적 해법은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테러가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없애야 한다. 우리역시 법제적 보완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대테러 국가역량을 강화해 나가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따뜻하고 열린사회, 동·서를 아우르는 상생과 공존, 갈등과 대립의 해소가 테러방지와 평화실현의 출발점임을 명심해야한다.

분명 2019년에도 전 세계는 테러리즘과 전선 없는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부디 새해는 종교의 이름으로 증오와 폭력을 행사해서도 안되지만,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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