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3일 치러치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금품·음식물 제공 등 불법 행위가 71건 적발됐다. 올해 조합장 선거는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되는 전국 동시 선거로, 농·축협, 수협, 산림 조합 등 1344개 조합에서 진행된다.

개별적으로 실시되던 조합장 선거를 선관위 관리하에 전국 동시 선거로 치르는 것은 뿌리 깊은 혼탁선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조합장 선거는 한때 ‘5당4락’(5억 원 쓰면 당선, 4억 원 쓰면 낙선) 선거로 불렸다. ‘돈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ㆍ탈법이 만연했다. 제1회 동시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 2015년만 해도 전국에서 불법행위 867건이 적발돼 171건이 고발 조치되고 56건이 수사의뢰, 582건이 경고 등을 받았다.

선관위의 강력한 단속과 홍보, 예방 활동에도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조합장 선거의 뿌리 깊은 혼탁 분위기 때문이다. 조합장이 되면 지역에서 큰 권한을 가질 수 있어 과거부터 경쟁이 심했고 돈 선거로 불릴 만큼 공정성 문제가 심각했다.

후보자들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데는 ‘위탁선거법’ 탓도 크다. 현행 위탁선거법은 후보자의 정견발표나 정책토론회·연설회를 금지하는 등 입과 발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후보자 본인만 할 수 있게 해 ‘깜깜이 선거’로도 불린다.

법정 선거운동 기간이 2월 28~3월 12일로 한정적인 데다 사전 명함배포도 금지돼 얼굴 알리기가 쉽지 않다. 반면 이미 인지도가 있는 현직 조합장은 유리한 측면이 있다.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법 취지와 달리 선거운동을 엄격하게 제한해 오히려 법 위반자를 양산하는 위탁선거법은 빨리 개정돼야 한다.

농협 등 농어촌지역의 조합은 지역경제와 금융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중요 조직이다. 누가 조합장이 되느냐에 따라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인물과 자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후보자도 금품·향응 제공은 꿈도 꾸지 말고 공약과 비전으로 당당히 승부해야 한다. 선관위 등도 선거일까지 긴장을 늦추고 말고 불법행위를 집중 감시·단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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