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설레는 말이다. ...중략...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중략...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피천득 시인의 ‘청춘예찬’이란 수필의 첫 구절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젊은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며 젊음을 표현한 글로서 과연 이만한 글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주옥같은 수필이다. 그래서 이글은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한때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던 수필이자 모든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수필로 우리네 가슴에 남아있다. 젊음의 무한한 힘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이 같은 역동적인 힘을 느낄 수 있을까? 노력 끝에 성공이라는 좌우명이 통하는 사회일까? 청년들이 이런 힘을 과시하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광장은 제대로 주어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은 무엇이며 미래의 희망은 무엇일까? 질풍노도와 같이 달리며 추동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되어 있는가?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란 사회로 이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졸업이 곧 실업인 나라인가? 왜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가? 저출산·고령사회의 암울한 사회구조는 어쩌다가 생겨났는가? 자살률 1위 국가의 오명은 15년째 왜 계속되는가? 공시생 40만 명 시대는 무엇을 말하는가? 고용세습은 젊은이들에게 무슨 생각을 던져주는가? 1997년 IMF체제 이후 지속돼온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 레퍼토리는 왜 이다지 끊이질 않는가? 이런 무수한 질문과 의아심이 교차하는 것이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좌절과 절망의 힘없는 젊은 눈망울이 아른거린다.
현실을 한번 살펴보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 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은 2018년 105만 명이 넘었으며, 그중 41만 명(38.8%)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6.0%씩 가장 빠르게 증가했고 공기업 채용 시험 준비자가 연평균 3.9%, 민간기업 채용 시험 준비자는 연평균 2.4%씩 늘어났다. 취업 관련 시험 준비자 수 1위는 남자의 경우 2012년 민간기업 채용 시험에서 2018년 공무원 시험, 여자는 2012년 자격증 및 기타 시험에서 2018년 공무원 시험으로 변동됐다. 20~24세 청년층의 경우 2012년에는 자격증 및 기타 시험 준비자가 16만 2,000명(38.9%)로 가장 많았으나, 2018년 현재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자가 15만 9,000명(35.4%)로 가장 많았다. 공무원 시험에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다. 대졸 미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취업 관련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취업 관련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전문대졸 미취업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열 명 중 한 명은 일자리를 구하는 못하는 게 현실이고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고 한다.
출산율은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숫자는 35만 7,700명이다. 연간 출생아 숫자가 30만 명대를 기록한 건 사상 처음이다. 2016년(40만 6,200명) 기록한 역대 최저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였던 2005년(1.076명)보다 적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68명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다. 한국의 저출산은 2000년대 들어 시작됐는데 2001년 합계출산율은 1.297명이었다.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인 한국은 2001년 이후 17년째 초저출산국가다. 장기간으로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이나 청년실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결혼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출산율이 높아지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년간 쏟아 부은 저출산 예산만 80조원으로 천문학적이지만 오히려 더 저조해져 돈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자리 정책은 존재하나 일자리는 부실하고 근본적인 처방이 되질 않고 있다. 정치권은 허구한 날 청년일자리 타령이고 여기에다 철밥통 노조들의 고용세습의 악습까지 발생해 공정사회의 근본 틀을 뒤흔들고 있다. 젊은이들의 기회를 박탈해 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끗발공화국‘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일부 사회복지관의 경우 사회복지사의 공모도 형식적일 뿐 사실상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응시자들은 들러리에 불과하고 사전에 정해놓고 뽑는다는 말이다. 이런 일이 구석구석에 만연되어 있었다. 그러니 공정경쟁이란 말이 무색하고 공모라는 제도자체도 말만 공모일 뿐 요식절차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강원랜드의 채용비리를 비롯해 국민은행 채용비리, 현대자동차 협력사 채용비리,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등 공공기관에 까지 구석구석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이런 비리가 너무나 조직적이고 황당하여 말문이 막힐 정도이다. 이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심경은 어떠하겠는가 생각해보라. 한마디로 젊은이의 가슴을 짓밟는 불공정행위이자 악습이며 표리부동, 양두구육의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도서관에서는 취업을 위한 공부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쉴 틈이 없다. 이곳저곳 입사원서를 내고 가슴 졸이며 합격을 기다리고 있다. 한두 번으로는 역부족이다. 사회초년생을 향한 숨 가쁜 나날이다. 이런 젊은이들의 공정한 앞길을 가로막는 그 어떠한 불공정행위나 이른바 ’끗발행위‘도 마땅히 척결해야 한다. 앞으로 채용비리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될 것이다. 철저히 파헤쳐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하며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이런 부당한 채용비리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심경은 어떠하겠는가 생각해보라. 한마디로 젊은이들을 짓밟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취업준비생들은 이곳저곳 입사원서를 내고 가슴 졸이며 합격을 기다리고 있다. 사회초년생을 향한 숨 가쁜 나날이다. 이런 젊은이들의 공정한 길을 가로막는 그 어떠한 불공정행위나 이른바 ’끗발행위‘도 우리는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청춘을 간직한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갖추고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하기만 하면 공정한 선택을 받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향한 웅비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청년일자리와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은 같이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의와 좌절에 빠진 우리 젊은이들의 정신건강도 되찾고 저출산도 줄일 수 있으며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다. 청춘의 끓는 피,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젊은이들의 동력을 되찾아 주는 희망의 그날을 기대해 본다. 피천득 시인이 구가한 주옥같은 수필 ’청춘예찬‘이 우리 젊은이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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