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민선기자

지난 편 용호탑, 보얼예술특구, 치메이박물관에 이어 이번 편에서 계속해서 2박 3일 여행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치메이박물관을 방문한 후 타이난 시내로 진입하여 시내를 둘러보았다. 어두워진 타이난 밤거리는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을 주었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서 일제강점기 때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중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었다. 바로 국립대만문학관(國立台灣文學館)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였던 1916년에 준공된 타이난주청(台南州廳) 건물로 2003년 국립대만문학관으로 정식 개관하였다.
이 건물을 지나 조금만 걸으면 1932년에 개장해 대만의 모던시대를 연 하야시백화점이 우뚝 서있다. 백화점 내부에는 곳곳에 오래된 티비, 쇼파 등 과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소품들이 있고 엘리베이터도 현재는 현대식으로 바꿨지만 층 표기는 전자식으로 되어있지 않고 시계처럼 아날로그형식으로 되어있다. 옛날에 설계한 엘리베이터이기 때문에 내부가 굉장히 협소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향하면 타이난 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고 특이한 점은 옥상에 신사가 있다는 점이다. 타이난의 밤바람을 맞으며 1900년대 초반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숙소로 가 2박 3일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하였다.
여행의 둘째 날이 밝았고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호텔에서 준 조식 쿠폰으로 호텔과 제휴한 아침가게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타이난은 당일 도축한 신선한 쇠고기에 팔팔 끓인 탕을 부어 먹는 우육탕(牛肉湯)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조식 쿠폰으로 그 우육탕을 맛볼 수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 우육탕을 먹어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타이난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숙소 근처에 젊은 감성의 브런치 가게에서 아침을 먹고 타이난기차역으로 향했다. 11월이었지만 햇살이 여름날처럼 뜨거웠다. 다음 목적지인 르웨탄(日月潭, 일월담)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우선 타이난고속철도역으로 가야했다. 타이난고속철도역은 샤룬(沙崙)역과 이어져있어 일반기차를 타고 샤룬역으로 갔다. 그 후 타이난고속철도역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타이중고속철도역으로 향했다.
타이중고속철도역 5번 출구 난터우커윈(南投客運)에서 르웨탄패스를 구입할 수 있다. 1100NT 르웨탄패스는 타이중과 르웨탄 왕복버스표, 페리 이용권, 르웨탄 순환버스 이용권, 곤돌라, 구족문화촌 입장권, 제휴업체 할인권을 포함하고 있다. 르웨탄과 구족문화촌을 여유롭게 다 둘러볼 예정이라면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타이중고속철도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20분정도 가면 르웨탄에 도착한다. 버스가 내려주는 곳은 수이셔부두(水社碼頭) 쪽이다. 오후 3시쯤 르웨탄에 도착하여 우선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직원에게 르웨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르웨탄은 난터우현 해발 870m에 위치하고 있는 대만 최대의 담수호로 둘레가 24km이다. 호수 중앙에는 광화도(光華島가) 위치하고 있고, 호수의 위쪽은 해의 모양을, 아래쪽은 초승달 모양의 지형을 하고 있어서 르웨탄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르웨탄을 둘러보는 방법은 크게 자전거, 페리, 순환버스로 분류할 수 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선선한 가을날씨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르웨탄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숙소를 나서 자전거대여점으로 향했다.
자전거대여점에서 샹산인포메이션센터(向山遊客中心)까지 왕복 약 1시간 반 코스를 알려주었다. 자전거대여료는 르웨탄패스로 15퍼센트 할인받아 170NT였다. 자전거대여점 직원이 친절하게 자전거도로 입구까지 안내해줘서 헤매지 않고 자전거도로로 진입할 수 있었다. 르웨탄의 옥빛 물과 안개를 머금은 산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는 순간이 굉장히 행복했다. 그리고 자전거도로가 굉장히 잘 되어있어 자전거를 타는데 무리가 없었다. 샹산인포메이션센터에 도착하여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르웨탄의 풍경을 바라봤다. 호수는 잔잔히 말이 없었지만 말없는 호수를 바라보며 감사한 마음이 샘솟았다. 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서 감사했고,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준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완벽한 날씨 속에 완벽한 풍경을 마주할 수 상황 자체가 감사했다. 자연은 멋진 풍경뿐만 아니라 감사를 통한 행복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넋을 놓고 르웨탄의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가득 품은 채 왔던 방향으로 자전거 패달을 다시 밟았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