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우리나라에는 장애인복지법이 있어 법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권익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을 위한 것이다. 헌법 제 34조 5항에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명시되어 있는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마련된 것이다. 제4조 1항에는 장애인의 권리도 명시해 “장애인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라고 되어 있다. 특히 장애인복지법 제 2조 장애인의 정의도 명시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제 1항(장애인의 정의 등)에는 "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제 2항에는 이 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은 제1항에 따른 장애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애가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신체적 장애"란 주요 외부 신체 기능의 장애, 내부기관의 장애 등을 말한다. "정신적 장애"란 발달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 2조에는 장애인의 종류 및 기준이 있다. 제 1항에는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 2항 각 호 외의 부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15종별로 나누어 놓았고, 제 2항에는 “장애인은 장애의 정도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되, 그 등급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 담긴 종별 장애인을 살펴보면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정신장애인, 신장장애인, 호흡기장애인, 간장애인, 안면장애인, 장루·요루장애인, 뇌전증장애인 등 15종류의 장애인이 법정장애인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들 종별장애인들은 그 특성에 따라 정책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나름대로 중중장애인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척수장애인, 교통장애인, 산업재해장애인, 근육장애인 등 새로운 장애인군이 형성되어 지체장애인으로부터의 분할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법적으로는 15종류로 되어 있다. 물론 장애인단체들은 종별 장애인보다 더욱 세분화되어 있다.
장애인복지법을 넘어 2016년 8월부터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약칭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마련되어 인간으로서 평등권과 존엄성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조항들이 명시되어 시행되어 오고 있다. 이 법의 1조 목적에는 ”이 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또 제2조(장애와 장애인) 1항에는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의 사유가 되는 장애라 함은 신체적ㆍ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하며 2항에 ”장애인이라 함은 제1항에 따른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명시하여 신체적 장애에서부터 정신적 장애에 이르기 까지 장애인의 차별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히 차별금지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제37조(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차별금지 등)이다. 제 1항을 보면 ”누구든지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특정 정서나 인지적 장애 특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제 2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교육, 홍보 등 필요한 법적ㆍ정책적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특별히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강력한 주문이다. 그동안에는 정신보건법이라는 특별법으로 보내 별도로 관리해 왔다. 그러다가 2016년 5월 29일 전부 개정하여 2017년 5월 30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약칭: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에는 제1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른 법률을 적용 받는 장애인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약칭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정신장애인들을 넘겼지만 여기에 중대한 결함과 차별이 도사리고 있다. 한마디로 정신장애인이 없는 모순된 법이 된 것이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 약칭: 정신건강복지법 )을 보면 제1조(목적)에 ”이 법은 정신질환의 예방ㆍ치료, 정신질환자의 재활ㆍ복지ㆍ권리보장과 정신건강 친화적인 환경 조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제 3조에 "정신질환자"란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한마디로 정신장애인이란 명칭이 사라지고 질환자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법은 환자를 위한 법이지 정신장애인을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되어 있는 정신장애인이란 종별장애인의 법적 용어는 사라지고 환자라는 명칭만 남아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장애인들도 지체질환자, 뇌병변질환자, 시각질환자, 청각질환자, 언어질환자, 신장질환자, 호흡기질환자, 간질환자, 안면질환자, 장루·요루질환자, 뇌전증질환자 등으로 불러야 하는데 왜 유독 정신장애인만 질환자라는 환자명을 붙여 장애인 명칭을 굳이 없애버리는지 이것도 차별 중에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 복지법의 제 15조에 다른 법률적용 장애인이라는 논리적 모순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정신건강복지법을 보면 정신장애인이란 말은 단 한 줄도 없다. 어쩌다가 이런 법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법적 종별 장애인인 정신장애인도 엄연히 등급이 존재한다. 등급심사를 통하여 중증여부도 가린다.
이런 혼돈스러움이 정신장애인이 장애인 취급을 받지 못하고 기존장애인과의 차별을 불러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이면서도 여타 장애인과 별도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조차 정책적 수혜를 받지 못하는 모순과 차별이 도사리고 있다. 직업재활시설의 활용에 있어 더욱 그렇다. 더욱이 관련법에 따르면 치료대상자인 정신질환자를 병원이 아닌 요양시설에 수용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장애인복지법과 차별금지법에 명시된 장애인은 정신장애인이지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모순된 법체계로는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불이익과 차별이 심화 될 수밖에 없다. 정신장애인이면 정신장애인이지 정신질환자로 낙인찍어 가득이나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정신장애인의 불평등이 심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로 정신질환의료급여 환자들은 다른 종별 장애인의 의료급여환자와 달리 엄청난 진료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자립, 사회복귀를 위한 모든 정책은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되어 있는 수준으로 동등하게 실시되어야 한다. 정신장애인을 정신질환자로 떠넘기며 장애인차별을 심화시키는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아니다. 용어의 명확한 체계적인 정리가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졸속입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이를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신장애인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법도 동시에 준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정신질환으로 치부하지만 말아야 한다. 이들도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갖고 치유를 통한 재활과 사회복귀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그렇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이 아니고 단지 정신질환자인지 살펴보고 역차별을 탈피해 다시금 관련법들의 정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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