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준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

필자의 중국 북경 광안먼 병원 종양과 연수 때 유독 눈에 띄었던 광경은 바로 중의사들이 한결같이 텀블러에 차를 넣고 마시는 모습이었다. 물론 중국 사람들은 커피보다 차를 많이 마셔 커피전문점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중국 아이돌 그룹 신곡에 ‘보온병 안에 구기자(枸杞子)를 넣어 마시자.’라는 가사가 있을 정도로 약차는 중국 문화의 한 부분으로 여겨져 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차 문화는 한의사인 필자에게는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것으로 보여 새삼 신선하게 느껴졌다.

최근 캘리포니아 법원은 커피에 발암물질 경고문을 부착하라고 판결을 내린 일이 있었다. 커피를 볶는(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한 아크릴아마이드가 쥐 실험에서 발암과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녹차는 종양 신생혈관형성 억제효능을 가진 에피갈로카테킨-3-갈레이트라는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고 강력한 산화기능과 간 해독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한의학의 활혈화어(活血化瘀:피를 맑게 하여 어혈을 없애주고 순환을 도와주는 방법) 작용이 있어 항종양효과를 나타낸다. 남성의 경우 매일 이 녹차를 마실 경우 전립선암의 발병을 예방하고, 전립선암에 걸린 환자의 전립선특이성항원(PSA)의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밝혀져 있다. 중국에서는 또한 임상적으로 간염 환자의 양생과 회복에 이 녹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한의학 문헌 중 금원(金元)시대의 [단계심법]에는 부추즙과 우유로 만든 ‘구즙우유음’이 소화기암 관련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기재되었고, 명(明)대의 [본초강목]에도 ‘오매탕'과 같은 항암 약선 음식 레시피가 담겨 있다. 이와 같이 식약동원(食藥同源:음식과 약물은 근본 뿌리가 같다)을 생활 속에서 재현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약선요리를 접하기 어렵지 않을 뿐 아니라 기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차 음료도 많이 구비되어있다. 중국의 일반 식당에서 늘 팔고 있는 왕라오지(국화, 금은화, 하고초, 감초 등으로 구성)라는 음료는 체내 열을 끄고 더위를 식히며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는 한약 처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뇌종양에 걸리는 바람에 스스로 자연 치유법을 연구하게 된 의사인 다비드 세르방-슈레베르가 '의사는 절대 암이 걸리기 전을 치유해주지 않고 관리하는 방법을 말해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듯 질병의 단계로 넘어가기 전의 미병(未病) 상태에서의 치료와 생활 관리의 중요성은 암질환에서는 더욱 크다. 한의학은 역사적으로 병이 걸리기 전의 몸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왔으며, 한의학에서 강조되어온 치미병(治未病)의 원칙은 ‘약물 치료는 병 걸리기 전 평소 음식 조리만 못하다.’는 말과 함께 계속 지켜져야 할 것이다.

한의사가 먼저 제시하는 차나 약선을 이용한 양생법, 생활 관리법은 안전하면서도 좋은 암 예방의 생활관리가 될 수 있다. 또한 의료진이 솔선수범하여 스스로 생활을 관리하고 질병 예방을 실천해야만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하루에 몇 잔의 커피 중 한 잔은 녹차 한 잔으로 바꾸는 노력부터 시작하여 암 예방을 위해 기울여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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