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신 대전지방보훈청 보훈과 주무관

11월 11일은 누구나 알듯이 빼빼로를 선물하는 날이다. 빼빼로를 선물하며 상대에게 관심과 사랑, 고마움과 미안함도 표현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엔 다소 부담이 되는 일인데, 빼빼로를 핑계삼아 은근슬쩍 내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하지만 11월 11일에 존재하는 핑계로 빼빼로를 먼저 떠올리기엔 너무 섭섭한 면이 있다. 이날에는 우리가 잊으면 안되는 또다른 핑계가 있기 때문에다. 사실 이것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꼭 기억해야할 핑계이다.

1950년 6월 25일에는 누구나 다 알고있는 우리나라의 슬픈역사가 있다. 6·25전쟁, 3년1개월간의 처절한 전투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잃었고 대한민국은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폐허가 되고 말았다. 인도의 정치학자 벤가릴 매논은 1955년 대한민국을 방문하여 전쟁으로 폐허가 된 현장을 보고 “쓰레기에서 과연 장미꽃이 피겠는가?”라는 말로 당시 절망적인 상황을 표현하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절망적인 사회적‧경제적 여건 속에도 경제규모 세계 11위, 수출규모 6위, G20의 일원으로서 눈부신 경제발전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어 내었다. 그리고 지금은 남과 북이 한마음으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협력의 새시대를 열어가려 하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은 68년전 6.25전쟁에서 우리나라를 지켜냈기에 존재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우리의 힘만으로 지켜낸 것이 아니다. 만난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세계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사랑하는 가족과 미래에 대한 꿈을 뒤로하고 대한민국 땅을 밟은 195만 UN군 참전용사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도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현재에도 끔찍한 전쟁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고 있는 남의 나라 전쟁터에 자원하여 그 나라, 그 국민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하여 몸과 마음이 상하였고, 심지어 목숨을 잃었는데 그 나라의 국민들이 그것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큰 상처가 될까. 이것이 우리가 UN군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고 그것을 반드시 기억해야하는 이유이다.

부산에는 세계유일의 UN군 묘지가 있다. 이곳은 6.25전쟁에서 생명을 바친 유엔군 전몰장병들이 잠들어 있다. 바로 이곳에서 11월11일 11시「Turn toward Busan UN참전용사 국제추모행사」가 거행된다. 11월11일은 제1차 세계대전의 종료일이며 영국,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에서는 현충일(Remembrance Day)이고 미국은 제대군인의 날(Veterans Day)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11월 11일 UN군참전용사 추모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이날 11시 정각에 우리는 추모묵념을 하게 된다. 11월 11일 11시에 1분간 묵념을 하는 숫자 ‘1’에는 그 순간 국경을 초월하여 전세계가 같은 마음으로 하나(One)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의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이 있게 해준 UN군 전몰장병이 잠들어 계신 부산을 향해 고개숙여 깊은 감사와 추모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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