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민선기자

일주일 넘게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 속에 계속 가려고 했던 칭징농장을 미루고 있었다.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칭징농장(清境農場)은 대만의 중부인 난토우현(南投縣)에 위치하고 있다.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이유는 해발 1750미터에 푸르른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곳에 뛰노는 양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설악산과 비슷한 높이에 위치하고 있는 칭징농장을 방문하여 푸르른 초원과 중앙산맥의 웅장함을 바라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계속해서 흐려 방문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핸드폰을 이용하여 날씨를 확인하였는데 지난주 주말만 딱 비 표시가 없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난주 금요일 급히 숙소를 예약하고 타이중으로 향하는 고속철도(HSR)을 예약하였다.
다음날 아침 10시 정도에 타이중으로 출발하는 고속철에 몸을 실었다. 타이베이역에서 타이중고속철도역까지는 약 5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차창 밖으로 오랜만에 맑은 대만의 날씨를 보니 기분이 산뜻해졌다. 타이중고속철도역에 도착하여 5번출구로 가니 칭징농장으로 향하는 난터우커윈(南投客運)의 매표소가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칭징농장으로 향하는 왕복버스표와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는 칭징농장 패스권을 NT610에 구입하고 11시 35분차에 탑승할 수 있는 번호표를 받았다. 타이중간청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가 타이중고속철도역에 도착하여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칭징농장으로 향하는 버스가 하루 약 6대밖에 없기 때문에 난터우커윈 홈페이지에서 미리 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버스는 푸리(埔里)를 지나 산을 굽이굽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숙소에 먼저 짐을 풀기 위해서 칭칭초원 정류장에서 몇 정거장 전에 먼저 하차하였다.
버스에서 하차하자 시원한 공기와 먼저 마주하였고 파란색 호수의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호수의 아름다움을 보고 장제스 전 총통은 비후(碧湖)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이 비후를 바라보고 있는 숙소에 짐을 놓고 다시 버스를 타고 칭징농장으로 향했다. 칭징농장과 거리가 좀 떨어진 숙소에 묵고 있는 경우 ‘ibus_公路客運’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버스시간을 확인하면 좋다. 칭징농장은 버스를 타고 종점인 칭칭초원(青青草原)에서 하차하여 위에서부터 아래로 구경하는 것이 좋다.
칭징농장 패스권에 붙어있는 칭칭초원 입장권을 내고 입장하면 된다. 칭칭초원에 들어선 순간 푸르른 초원과 이 초원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산맥과 구름들이 여기가 대만이 아니라 스위스의 한 마을이 아닐까란 착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이 푸르름은 회색빛 가득한 도시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나에게 위안과 위로를 주었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다는 것이 이럴 때 필요한 말 같았다. 타이베이에서 느낄 수 없는 청정 공기는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해와 더 가까이에 있어서인지 햇빛은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기는 하지만 다음에 오면 오전에 첫차를 타고 와서 더 여유를 갖고 이곳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칭칭초원을 둘러보다 운이 좋게도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한 양 공연 쇼를 볼 수 있었다. 휴일이나 주말에는 하루 2차례 양들의 공연이 이뤄진다. 늦게 가서 양털깎이 공연과 양치기의 채찍질 공연밖에 못 봤지만 모두 웃고 즐기며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방목된 양들에게 먹이도 줄 수 있고 직접 만져보고 사진촬영도 할 수 있다. 양이 생각보다 컸지만 순해서 아이들도 양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다만 곳곳에 양의 배설물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칭칭초원에서는 NT100으로 말타기 체험도 할 수 있으며 칭기즈칸의 후예인 몽골인들의 마술(馬術) 공연이 매일 2차례 이뤄지고 있어 말 쇼도 관람할 수 있다. 양 공연쇼를 보고 칭칭초원 아래로 구경하다보니 오후 3시 45분 말 공연쇼도 볼 수 있었다. 주말에 간다면 양 쇼와 말 쇼 모두 잊지 말고 보길 권한다.
칭칭초원의 구경을 마치면 칭징스카이워크를 걸을 수 있다. 칭징패스가 있으면 NT30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후에 도착해 칭징스카이워크 표를 사려고 할 때 이미 매표가 끝나서 아쉽게도 스카이워크는 가지 못했다.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에 있는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그렇게 정말 멋지다고 하는데 가지 못해 아쉬웠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시 오는 법이고, 완벽한 여행은 있을 수 없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작은 스위스가든으로 향했다. 주말 일반표는 NT150이었다. 작은 공원의 느낌으로 곳곳에 함께 사진 찍을 수 있는 조형물들이 있었다. 엄청난 풍경이나 조형물이 있지는 않아서 시간이 없다면 굳이 안가도 될 듯하다. 스위스가든 매표소 쪽에 위치한 식당에서 따뜻한 훠궈로 저녁을 먹었다. 먹고 식당을 나서니 이미 해는 지고 깜깜해졌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버스가 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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