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세종시 인구가 지난 8월 31일 현재 31만 117명으로 31만 명을 돌파했다. 19개 읍·면·동 가운데 조치원읍이 4만5,807명으로 가장 많고 신도시 새롬동이 4만 3,808명으로 10개월 사이 2만2,466명인 두 배 이상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 2012년 7월 1일 출범 당시 기준 10만 751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6년 여 만에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그동안 인구유입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40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 등 정부청사의 이전과 공동주책입주가 꾸준히 이뤄진 결과로 풀이된다. 앞으로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이전과 내년까지 2만 5천여 호에 달하는 입주 물량이 소화될 경우 세종시의 인구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종시의 가파른 인구성장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도 지난 해 4,029건으로 2016년에 비해 두 배 이상이 늘었고 올 상반기에 1,758건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향후 백화점 유치를 비롯해 호수공원, 국립수목원 ,세종아트센터 등 다양한 시설과 도시환경이 새롭게 조성되면 사업과 문화, 여가 등의 핵심기능이 크게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인구 유입의 동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인구증가세가 꾸준히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 보이는 것이다. 행정수도로서의 성장을 꿈꾸는 세종시의 미래의 청사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곳곳의 활기찬 건설모습이 이를 밀해 주고 있다. 건설현장마다 한마디로 크레인 천국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초창기 왕성하던 부동산 경기가 크게 위축되어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각종 부동산 규제가 집중되고 상권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자 대전으로부터의 인구 유입도 완연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대전지역에도 굵직한 신규 아파트와 도시정비사업지 분양이 활기를 띠면서 새로운 부동산 시장의 판도가 그려지고 있어 그 영향을 받고 있는 같다. 실제 세종시 곳곳에는 상가와 사무실의 공실률이 크게 증가해 개점 휴업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임대와 매매 안내문이 장기간 도배를 하고 있다. 텅빈 사무실에다 상가들도 장사가 되지 않아 울상인 곳이 많다. 새로운 도시의 활발한 상권을 기대하던 사람들이 견뎌내지 못하고 있다. 신축 건물마다 공실로 방치된 상가와 사무실이 임자를 찾지 못한 채 장기간 자물쇠가 잠긴 곳이 너무나 많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다지 많지 않아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도시가 황량하기까지 하다. 낮에는 시내버스가 텅텅 빈 채 운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행정수도의 거창한 구호가 무색할 정도이다. 공무원들의 모습도 평소 보기가 쉽지 않다. 청사에서 특별히 나올 일이 없다.
세종정부청사 공무원들에게 아파트도 특별 분양해 주고 세종시로 이주를 권해 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세종정부청사 주차장에는 출퇴근버스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는 세종시에 머물지 않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출퇴근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점심시간에 일부 붐비는 청사주변 음식점들은 있지만 이들이 주변 상권과 세종시의 주변의 도심활력을 불어 넣는 데는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업무는 세종에서 하지만 업무가 끝나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다시 올라가 버린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일부 부처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서울 출장을 잡아놓고 아예 주말까지 서울에서 눌러 앉아버린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보니까 정작 실무자들이 세종에는 없고 다 서울로 가버리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아직도 모든 업무가 서울 중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 거주지를 그대로 둔 채 부처 업무를 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KTX를 타면 오송역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서울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이지만 요즘은 아예 행정수도 세종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물론 개헌으로 이를 완성하자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비전을 갖고 달려가는 세종시의 현주소는 아직은 어수룩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지금 건축 중인 공동주택이나 각종 주요 기관 단체들의 입주를 감안하면 현재의 비좁은 교통망 체계는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협소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워의 체증현상이 바로 이를 예견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인구 50만 명, 100만 명 시대에는 감당하지 못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행정수도 조성치고는 너무 졸속이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다. 도대체 대도로망 구축에 인색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를 일이다. 만약 땅장사를 하기 위해 수지타산을 맞춘 도로망이라고 한다면 이는 큰 실수이자 후대에 큰 짐을 던져주는 아마추어 수준의 개발의식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퇴근길에 세종시에서 빠져나가는 차량들로 대전 반석동으로 이어지는 국도마저도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세종시 인구가 급증하고 도시규모가 팽창하여 교통량이 급증할 경우 현재의 도로망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행정수도로서의 면목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세종시의 모든 것을 다시금 냉철하게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화려한 청사진과 정부청사 입지만을 강조한 나머지 도시 기능이 허점투성이로 변모한다면 이는 세종시의 건전한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가 되고 대한민국의 계획도시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세종시 진입부터 도로망체계가 어수선하고 협소한데 앞으로 어떻게 이를 감당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교만하고 폐쇄적인 자세를 버리고 지금이라도 개선을 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50만 명 인구 대전의 도심으로 이어지는 도로망도 수십 년 동안 개선노력을 기울여 왔어도 아직도 진입도로의 병목현상을 개선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수도 세종시는 지금의 문제점을 바로 보고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보다 짜임새 있는 전략과 도시 활력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세종정부청사 공무원들의 뜨내기 의식 등이 총체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자칫 ‘빛 좋은 개살구 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규제만 넘치는 졸속 조성도시가 아니라 진정 행복도시 세종시다운 면모를 다시금 일신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그래서 향후 “세종시가 행정수도 맞는가?”라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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