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민선기자

우리나라의 추석이 대만 또는 중화권에서는 중추절(中秋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추석 때 송편을 먹는다면 중화권에서는 월병(月餅)을 먹는다. 대만에서는 월병뿐만 아니라 유자(柚子)를 많이 먹고 고기를 구워(烤肉) 먹는다. 유자의 발음이 보호, 보우의 ‘佑子’의 발음과 같아서 길하다, 신의 가호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중추절쯤이 유자를 수확하는 시기여서 중추절에 유자를 먹는 풍습이 있다. 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상업적인 이유로 시작되는데 1989년부터 한 바비큐소스회사에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면서 사람들이 중추절에 고기를 구워먹기 시작하였다. 중추절에 대만에 오면 길거리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중추절에 대만을 방문하면 ‘신베이시 핑시천등축제(新北市 平溪天燈節)’에도 참여할 수 있다. 천등축제는 일 년에 두 번 원소절과 중추절에 핑시에서 열린다. 수백 개의 천등이 붉은 빛을 내며 어둠 속으로 날아가는 광경을 직접 목격할 수 있으니 중추절에 대만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미국의 유명 월간지는 ‘40살이 되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여행 목록’ 중 하나로 핑시천등축제를 지목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 여행관련 웹사이트에서는 2018년 대만에서 가장 추천하는 이벤트로 핑시천등축제를 꼽았다. 2009년부터 대만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렇게 유명한 축제를 참여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중추절에는 반드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드디어 참여할 수 있었다.
타이베이에서 핑시천등축제가 열리는 핑시중학교까지 가는 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무자역에서 핑시중학교까지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갈 수 있고, 타이베이역에서 루이팡역으로 간 후 기차역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거나 핑시선 기차를 타고 핑시역으로 가면 된다. 필자는 타이베이역에서 루이팡역으로 가서 셔틀버스를 타고 갔다. 올해는 아침 10시부터 천등날리기 신청을 받아서 셔틀버스에서 내려 신청부터 했다. 천등날리기 행사는 18시부터 9차례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약 오후 1시 반에 도착했는데 대부분의 시간대에 자리가 남아있었다. 사실 타이베이역에서 루이팡역 갈 때부터 인산인해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한가로웠다. 아마도 비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인 것 같았다. 천등은 사실 비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폭우가 내리지 않는 이상 비가 내려도 천등을 날릴 수 있지만 바람이 불면 천등이 불에 붙어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천등날리기 행사 신청을 하고 저녁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기에 우선 핑시라오지에(平溪老街)부터 둘러보았다. 핑시라오지에 골목에서 대만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핑시라오지에를 둘러보고 핑시선을 타고 스펀으로 향했다. 스펀역에 도착해 스펀라오지에(十分老街)로 가니 기차역 바로 옆 닭날개볶음밥을 먹기 위한 줄이 가장 눈에 띄었다. 닭날개볶음밥을 뒤로 한 채 우선 스펀폭포로 향했다. 스펀라오지에에서 스펀폭포입구까지는 10-15분 정도가 걸린다. 스펀폭포입구에서 폭포까지도 약 15분 정도가 걸린다. 비가 계속 와서 폭포의 물량은 어느 때보다 많아 장관을 이뤘다. 스펀폭포는 대만의 나이아가라폭포라고 불리는데 물량이 많으니 나이아가라폭포보다는 이과수폭포와 더 비슷하게 느껴졌다. 스펀폭포를 뒤로 한 채 스펀라오지에로 돌아와 천천히 스펀라오지에를 둘러보았다.
천등날리는 시간에 맞춰 스펀역에서 핑시역으로 향하는 핑시선 기차에 몸을 실었다. 많은 인파들이 저녁에 천등축제로 향하기 때문에 기차 안은 출퇴근길 지하철 같았다. 핑시역에서 걸어서 약 10분정도 가면 천등축제가 열리는 핑시중학교가 나온다. 가는 길에 앞 차례에서 날린 천등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마치 수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거리는 것 같았다. 시간에 맞춰 대기하는 곳으로 가서 행사참여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는 행사장으로 가서 하얀색 천등에 펜으로 소원을 적는다. 정신없이 적어 미리 생각하고 가면 좋을 듯하다. 보통 핑시나 스펀의 천등가게에서는 붓을 이용해 쓰는데 축제 때는 펜을 이용했다. 소원을 적은 후 행사요원의 도움으로 다 같이 불을 붙이고 천등이 팽창할 때까지 기다린다. 천등이 하늘로 날아갈 준비가 됐을 때 행사장의 조명은 꺼지고 행사장의 모든 천등들을 함께 하늘로 날린다. 까만 밤하늘을 수놓는 붉은 천등들을 보면 현실세계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황홀한 경험이었다. 너무 짧고 강렬했기에 다시 한 번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차례를 위해 아쉬움을 뒤로한 채 행사장을 나왔다.
핑시천등축제 행사장에서 타이베이로 돌아오는 방법은 행사장에 오는 방법과 동일하다. 필자는 왔던 방법 그대로 루이팡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루이팡에서 타이베이로 오는 기차를 탔다. 하지만 기차의 배차시간이 길기 때문에 배차간격이 짧은 지하철을 타는 게 유리하다. 그러므로 타이베이로 돌아올 때는 무자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는 것이 좋다. 셔틀버스는 원활하게 운영이 되고 있어서 생각보다 금방금방 탈 수 있으며 좌석에 모든 관광객이 앉으면 행사요원이 입석으로 갈 사람이 있는지 먼저 물어본다. 그렇기 때문에 앉아서 가고 싶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앉아서 이동할 수 있다. 천등에 적은 소원이 하늘에 닿아 이뤄지길 바라며 부푼 희망을 안고 타이베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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