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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가을 단상(斷想)
김태선  |  ktshm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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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30  14: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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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논설고문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지난 여름 40도를 육박하는 참으로 기록적인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때가 바로 엊그제 인 것 같은데 이 모든 것을 물리치고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아침저녁 제법 쌀쌀하다. 자연의 섭리 앞에 다시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세종청부청사 앞에는 무더위와 태풍, 폭우 등을 견뎌내며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피어났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모든 것이 타버릴 듯한 무더위를 견딘 탓인지 올해 세종청사정부 앞에 만개한 코스모스는 유난히 아름답고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모진 풍상을 견디며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는 가을에 무사히 안착해 가을을 마음껏 구가하며 보랏빛 장밋빛 울긋불긋 아름답고 청초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리고 10월을 맞았다. 이제 2018년의 달력은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 유수와 같은 세월이다.
대한민국 땅에도 격동의 세월이 지나고 있다. 이른바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화해무드이다. 남북분단의 70년사에 이처럼 숨 가쁘게 남북이 자신들의 문제를 둘러싸고 대화를 가진 사례가 그 얼마나 있는지 모를 정도이다. 그렇게 역대 정권들이 비밀회담을 하며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 왔으나 실패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무려 3차례나 있었다.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을 포함하면 네 차례, 앞으로 2차가 열릴 것으로 보여 모두 5차례의 정상회담이 치러지게 된다. 굳게 닫혔던 폐쇄적인 북한의 행보가 참으로 놀라울 지경이다. 1차 판문점 선언 당시에는 평화를 갈망하는 온 국민들이 감동했고 내외신 취재기자들조차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만큼 파격적인 남북의 행보가 북한의 비핵화를 가져오고 나아가 한반도에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는 이른바 긍정과 기대의 마인드가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뜨거운 기록적인 열풍은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이라는 결과물로 세상에 드러났다. 소름끼칠 정도로 역대 볼 수 없는 압승이었다. 그만큼 국민적 신뢰와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2차 남북정상회담, 3차 평양방문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의 행보가 이어지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물론 그사이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쇄하고 미사일 발사대도 해체하고 하는 액션이 취해졌다. 당연히 한미정상회담, 유엔총회 연설에 이르기까지 남북문제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비핵화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해 그 실현 가능성에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다. 제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는 대한민국 정부도 제재의 지속화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선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과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다소 묘한 기류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포장되어 던지는 말들과 조야의 이야기가 현격하게 다르다. 북한에 대한 불신이다.
전쟁을 좋아하고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과 나라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는 불문가지이다. 2차 대전 때 독일 아이슈비치 수용소의 600만 명의 유대인 참살 비극이 이를 상징한다. 근자에는 제주도에 등장한 예멘난민들의 모습이 바로 이를 보여준다. 당연히 평화를 갈망하고 이를 추구하려는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평화를 추구하려는 일련의 과정에서 남남갈등과 이념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는데 또 다른 심각성이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상당한 진통과 마찰이 불가피해질 우려를 낳고 있다. 다시 말해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충돌이다. 왜냐하면 당초 금방이라도 비핵화가 실현될 것처럼 보이던 비핵화과정의 실체가 다소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조건부 이행처럼 비춰지면서 국민적인 실망감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싸늘한 시각이 생기고 있고 이를 넘어 북한에 속고 있다는 일각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유튜브 등에는 원색적인 비난과 폭로전이 분석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볼라치면 참으로 남북문제가 오히려 불안하고 북한의 행보가 미심쩍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은 평화는커녕 절대 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자유민주주의 포기가 평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의 합의에 의한 평화정착 노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과속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귀담을 필요가 있다. 보다 더 신중하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지혜가 수반되어야 함을 물론이다. 오랜 세월 이룩하지 못한 남북의 평화는 이른바 핵무기폐기라는 쟁점을 놓고 있기 때문에 조바심을 갖고 서두를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유비무환의 자세가 흐트러져서는 평화를 이룰 수가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동안에 우리는 무수하게 많은 쓰라린 경험을 해왔기 때문이다. 단 순간에 모든 일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금물인 것도 물론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국민들이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달라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냉소적인 시각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평화를 추구한다는데 웬말이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과 절차가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나라를 통째로 헌납하는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인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주사파 등 좌경화 세력들이 나라를 장악하고 북한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이런 거친 언행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국민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남남갈등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가득이나 경제가 난맥상을 보이고 있어 실업자는 늘고 고용은 줄고 폐업은 늘고 서민들의 삶은 퍅퍅해지고 있는데 대립과 갈등만 늘어가니 서민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평화는 남의 이야기고 먹고 살기도 바쁘다는 것이다. 희망을 상실해가는 대한민국의 형국을 볼라치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적인 갈등과 불신해소도 절실하다.
기록적인 무더위를 물리치고 결실의 계절 가을이 찾아왔건만 그 풍요로움이 풍요롭게 느껴지지 않는 서민들의 삶은 눈물겨울 정도이다. 평범한 고깃집 여주인이 강도로 돌변해 은행털이에 나서는가 하면 생활고로 자살을 선택하는 평범한 가정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는 연일 집회와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격돌이 남북문제를 비롯하여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라꼴이 참으로 걱정이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국민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서 눈만 뜨면 쌈박질이니 정말 이게 나라가 맞냐는 볼멘소리가 들릴 법도 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세계 경제를 옥죄고 있다. 이러다가는 외국자본들이 다 떠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들리는 소리마다 어두운 소식들이다. 은행의 자금줄을 조이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1,500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우리 형편에는 위험천만한 외줄타기의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바늘방석에 앉아 좌불안석이다. 평화도 좋고 비핵화도 좋지만 경제가 무너져 내려 제2의 IMF체제, 금융위기가 찾아온다면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있을까 우려가 팽배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라는 말이 이제는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 )‘라는 말이 되어 풍요로운 가을이 풍요롭지 못함이 바로 이런 연유에 비롯됨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코스모스의 아름다움이 비련(悲戀)하게 다가서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다가올 겨울이 더욱 걱정되는 올 가을이다. 늘 국민정신건강도 걱정스럽다. 하지만 모두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세를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번 해보자. 문화의 달 멋진 10월이 찾아왔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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