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민선기자

무지개마을과 국가가극원을 둘러본 후 탐은 우리를 ‘궁원안과(宮原眼科)’에 데려간다고 했다. 궁원안과는 타이중의 유명한 베이커리와 디저트 가게로 아이스크림(EYE SCREAM)과 각종 디저트가 유명하다. 안과라는 이름은 궁원안과 건물이 일제강점기 시절 안과로 이용이 되었기 때문이다. 궁원안과가 본점이라면 예전에 은행이었던 제4신용합작소(第四信用合作社)가 2호점이다. 궁원안과하면 토핑이 가득 올라간 아이스크림이 유명한데 궁원안과 본점에서는 앉아서 먹을 수가 없다. 하지만 2호점 제4신용합작소에서는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탐은 본점과 2호점이 아주 가깝기 때문에 먼저 2호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본점을 둘러보길 추천했고 우린 2호점으로 향했다.
궁원안과 2호점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샌드위치로 유명한 ‘홍루이젠(洪瑞珍)’ 본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타이중을 여행 시작한 반치아오역에서 홍루이젠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까 기차역에서 먹을 때만해도 본점에 올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홍루이젠 샌드위치 기본맛은 4겹의 식빵 사이로 얇은 지단과 햄과 크림이 있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촉촉한 빵과 안에 들어있는 재료들이 크림과 함께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는 필자이지만 홍루이젠 샌드위치의 부드러운 맛은 치명적이었다. 본점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타이베이에서 봐오던 홍루이젠 샌드위치가게보다 규모면에서는 훨씬 컸고 다른 종류의 빵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현재 홍루이젠 샌드위치가 유명해져 한국에도 많이 생겼다고 하지만 맛은 아무래도 본점이 가장 맛있을 듯하다. 홍루이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타이중 홍루이젠 본점에 꼭 드려보길 추천한다.
홍루이젠 본점을 뒤로 하고 궁원안과 2호점인 제4신용합작소로 향했다. 특이한 인테리어 사이로 삼삼오오모여 화려한 토핑을 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도 사람들 틈에서 아이스크림 주문해서 먹었다. 초코맛도 굉장히 다양하게 있고 대만 차 종류의 아이스크림도 있다. 또한 토핑도 선택할 수 있는데 궁원안과에서 파는 디저트도 토핑으로 선택가능하기 때문에 본품을 사기 전에 맛보면 좋을 듯하다.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궁원안과로 향했다. 궁원안과 바로 앞에 서울의 청계천 같은 모습의 루촨(緣川)이 흐르고 있었다. 정비가 잘된 느낌이었고 내려가서 살펴보니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였다.
궁원안과의 겉모습은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영화 ‘해리포터’와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았다. 높은 천장에 높다란 책장들이 가득했고 곳곳의 장식대에는 눈을 사로잡는 각종 디저트와 차가 있었다. 포장이 하나같이 다 특이하고 기발했는데 그 중 어떻게 저렇게 포장할 생각을 했을까했던 것은 LP판 같이 포장되어 있는 차(茶)였다. 차의 이름도 노래 제목처럼 직접 명명하여 LP판 앞에 써놓았다. 차를 사면서도 음반을 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궁원안과를 구경하고 있으면 마치 테마파크에 놀러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된다. 우리는 마지막 일정인 ‘고미습지(高美濕地)’를 가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나와야했다.
우리가 타이중에 온 이유는 바로 ‘고미습지’였다. 그 곳으로 향하기 위해 탐의 차에 올랐다. 생각보다 타이중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다. 30-40분정도 차로 이동하였다. 풍력발전기를 보며 고미습지에 다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때였다. 우린 차에서 내려 모기기피제를 뿌렸다. 고미습지에는 모기가 많기 때문에 꼭 가져가야할 것이 바로 모기기피제이다. 모기기피제를 뿌리고 우리는 습지 안으로 쭉쭉 이동했다. 다행히 비는 피했지만 흐린 날씨였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봐오던 황금빛의 고미습지의 풍경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끝없이 펼쳐져 있는 습지를 걷는 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선선한 날씨와 어둑어둑해지는 풍경들 사이 맨발로 습지를 느끼며 걷는 게 편안함을 주었고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깜깜해졌을 때 고미습지에서 바라 본 별빛도 아름다웠다. 탐은 우리에게 맑아서 해가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했지만 해가 없어도 충분히 좋았다.
핸드폰 조명에 의지하여 고미습지와 작별인사를 하고 우린 다시 타이중 고속철도역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날씨가 지속됐었는데 우리가 차를 타니 미친 듯이 비가 쏟아졌다. 탐은 고속철도역에 도착해서도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우리를 내려주었다. 그래서 운이 좋게도 우산 한 번도 안 펴고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우리 탐과도 작별인사를 하고 타이베이로 향하는 고속철도 표를 구입하여 타이베이로 돌아왔다. 고미습지만 보고 오자던 여행은 고미습지 외에도 생각지도 않은 멋진 곳을 여행하였으며 탐이라는 좋은 친구도 얻을 수 있었다. 인생과 여행은 이렇게 예기치 않은 일들 때문에 재밌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시도를 해야지 이렇게 재미있는 일도 마주할 수가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타이중을 방문하여 탐과 타이중의 다른 명소들을 여행하고 황금빛 가득한 고미습지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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