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 축구가 아시아를 제패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숙적' 일본 U-21 대표팀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120분 연장혈투 끝에 연장 전반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와 황희찬(함부르크)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2-1로 승리했다. 참으로 값진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연장전에 까지 가는 사투를 펼친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국민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우리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준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날의 승리는 결승전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는 점에서 야구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야구의 감동은 축구를 능가하지 못했다.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석연찮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국민감동을 크게 자아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예선전에서 대만에게 패해 큰 실망을 안겨준 데다 아마추어 일본선수들에게 무안타에 그친 기라성 같은 선수들의 모습이 국민들의 실망감을 배가 시켰다. 한마디로 ‘이겼지만 이긴 게 아니다’라는 말이다. 대한민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해 700만, 800만 관중들이 찾고 있고 1,0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며 그 어느 스포츠도 따라올 수 없는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야구이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욱 배가될 수밖에 없다.
물론 묘하게 축구도 예선전에서 약체라고 생각한 말레이시아에게 의외의 패배를 당하면서 실망감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러난 태극전사들이 이란이나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일본까지 이기며 떠오르는 기량을 선보인 신예 베트남까지 제압하며 결승에 오르면서 기대를 모았고 숙적인 일본을 연장전 혈투 끝에 2대 1로 제압해 기대에 부응했다. 값진 승리가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일본은 16강전에서 말레이시아를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물고 물리는 듯한 묘한 형국이다. 마치 일본 야구가 대만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것과 같은 모습이다.
이번 축구 금메달의 감동의 드라마에는 역시 국민적인 영웅인 캡틴 손홍민이 자리하고 있다. 후배들을 격려하고 기둥이 되는 모습이 참으로 멋졌다. 꼭 필요할 때는 골을 넣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고 결정적인 도움골이 모두 손홍민의 발끝에서 나왔다. 결승전 연장전반의 두 꼴도 모두 손홍민의 도움으로 이뤄진 청량제 같은 값진 골이었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하여 태극전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금메달이상의 값진 감동과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전·후반 골이 없어 지루하던 공방전을 단숨에 바꿔버린 연장 전반전의 모습은 ‘그러면 그렇지’였다. 한마디로 신뢰를 저버리지 않은 값진 투혼의 장면들이었다. 더 이상 뛸 수 없을 정도로 쥐가 나고 근육경련이 일어나도 모든 것을 불사르는 태극전사의 투혼은 정말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골이기에 국민들은 환호하고 감동하고 박수를 보냈다. 손홍민 같은 훌륭한 선수를 가진 대한민국이 참으로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인성과 실력 모두가 넘버원이다.
특히 이번 축구나 야구의 금메달은 병역문제가 가로놓인 손홍민 선수를 비롯하여 야구를 포함해 무려 27명에 달한다. 이것도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야구에서 이정후, 최원태 김하성, 함덕주, 박치국, 박민우, 오지환 등 7명이 병역면제, 축구에서는 '캡틴'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조현우(대구) 등 와일드카드 선수를 포함한 태극전사 20명이 모두 병역혜택 대상자가 됐다. 그러나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야구 선수들이 지난 해 입대를 포기해 빈축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금메달로 병역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유독 일부 야구 선수들을 향한 반감이 상당히 크다. 반면에 축구는 손홍민을 비롯한 와일드 카드 선수들의 병역혜택을 오히려 반기는 반응들이니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이번 아시안 게임이 남긴 후유증이다. 무엇보다 손홍민을 향한 국민적인 공감대만큼은 다른 선수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가 우승을 하고도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일본의 아마투어 야구선수들에게조차 맥을 추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프로야구에서 ‘내노라’ 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바로 국민감동의 요체(要諦)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승패를 떠나 진정한 투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려 120분 즉 두 시간에 걸쳐 보여준 축구선수들의 투혼은 한마디로 혈투로 표현된다. 이번 대회에서 야구는 승리하고도 승리하지 못했다. 반면 축구는 말레이시아에게 패한 아픔을 국민감동으로 승화시켜 주었다. 병역혜택도 축구처럼 박수를 받고 있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야구처럼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값진 투혼의 진정한 승리와 이겼지만 이기지 못한 석연찮은 승리의 귀중한 교훈을 접한다. 국민감동은 바로 이것을 보여준다. 특히 정치 분야는 이를 더욱 되새겨보아야 할 분야이다. ‘국민감동’이냐 ‘국민실망“이냐의 갈림길에서 늘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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