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준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

올해 미국의 4기 방광암 환자 1215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약 3분의 2가 항암화학요법을 받지 않았으며, 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들에 비해 생존율이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얼핏 생각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오히려 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들의 의료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적게 나온 결과는 조금 놀랍다. 이는 표준 치료를 받을 경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이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방광의 근육층으로 침범하지 않은 표재성 방광암의 경우 수술 뒤 가장 중요한 치료가 재발방지다. 따라서 현재 표준 치료로서 자리를 잡은 BCG(Bacillus Calmette-Guerin) 방광 내 주입요법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하지만 빈뇨, 요긴급, 방광염이나 혈뇨와 같은 부작용 때문에 환자분들이 치료를 꺼리게 된다면 이 또한 큰 손해다. 이에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좋은 대체 방광주입요법 제제를 모색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있어 의미가 있는 일이다.

방광암은 비뇨기암중 2번째로 다발하는 암으로 무통성 육안적 혈뇨가 대표적 증상이다. 표재성 방광암이 70%를 차지하며 조직학적으로는 90%이상에서 이행세포암(Transitional cell)으로 진단된다. 표재성 방광암은 50-80%의 재발률과 10-15%의 침윤성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BGC 방광 내 주입 요법을 시행하기도 하나 이에 따른 부작용이 비교적 큰 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체제가 필요한 상황이며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듯 대체제로서의 한약물의 연구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이성 방광암의 예후는 5년 생존율의 경우 6-10%이며 진단 후 대부분 2년 내 사망한다. 현재까지는 방광 내 BCG 주입요법이 표재성 방광암의 재발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을 알려져 있으므로, 따라서 아직 재발 전이가 없는 표재성 방광암에서는 수술 후 재발위험 감소 목적의 재발방지치료가 큰 의미를 가진다.

독일의 한 연구에서는 미슬토(mistletoe) 추출물을 방광 내에 주입 후 2시간동안 보류하는 치료법을 사용하여 미슬토 추출물 방광 내 주입요법이 기존 주입치료법인 BCG방광 내 주입요법에 근접하는 재발방지효과를 보여주며 효과적인 보조요법으로의 가능성을 나타냈다.

또한 대만의 한 연구에서는 한방복합제제인 계지복령환과 그 구성 약물 중 하나인 계지 추출물이 가지는 이행세포(Transitional cell) 방광암 세포에 대한 용량 의존적 항종양작용을 밝혀냈으며, 비교대상인 항암제인 미토마이신 C, 에피루비신과 시스플라틴과 비교하여 우수한 종양세포선택성을 나타내었다.

종양세포선택성이란 항종양작용이 종양 주변의 일반 세포에는 손해를 덜 입히면서 선택적으로 종양을 공격하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종양에 대한 적중률이라고 보면 된다. 더 나아가 선택성이 높다는 것은 곧 치료약물을 고농도로 사용해도 부작용이 따를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뜻이다.

계지복령환의 구성성분인 작약은 방광암 세포의 세포주기정지를 통한 항종양효과를 가지고 있다. 방광암 세포 외에도 계지복령환 중 주된 약물인 목단피의 주요활성성분인 페오놀은 간암 세포에 대해 용량 의존적으로 세포자멸사를 유도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여러 연구에서 계지복령환은 간암세포와 자궁경부암세포에 대해서도 증식억제 작용을 나타냈다. 이러한 한약물들은 부작용이 적으면서 용량을 늘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표재성 방광암의 수술 후 방광주입요법의 대체제로서 좋은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