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국회특활비가 집행내역도 공개가 되지 않고 폐지냐 유지냐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음은 참으로 국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다. 역시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국회의원 쌈짓돈이 된 특활비라는 비난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으면서도 꿀물에 젖어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20대국회의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마저 외면하고 항소장까지 제출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밝히지 않겠다는 말인데 이쯤 되면 정말 막가자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니 씀씀이가 당당하고 사용처가 분명하면 어느 국민이 이를 문제시 할 것인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문제는 개인이 생활비로 임의로 사용하기까지 해온 부당한 엉터리 사용에 대한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국민 95%가 국회특활비를 개선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여론조사결과를 감안할 때 국민들의 생각과 정반대로 가겠다는 적폐고집이 아닐 수 없다.
2011년부터 3년간 약 240억 원 규모의 특활비 1,300여건이 영수증 한 장도 없이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특활비로 명목으로 지급됐다면 이는 참으로 한심한 지출이자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도저히 상식을 벗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994년 국회특활비가 생긴 이래 세부내역이 공개된 것이 25년 만에 일이라고 하니 그동안 이 특활비가 얼마나 함부로 쓰여 왔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정책지원비 명목으로 교섭단체 원대대표들에게 급여처럼 수천만 원의 뭉칫돈이 매달 지급돼 왔고 16개 상임위원장들에게도 활동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이 지급되어 왔으니 한마디로 타성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폐지한다, 안 한다!” 논란을 벌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해타산의 머리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이 혈세를 마구잡이로 쓰고 있는 이런 국회가 과연 어느 나라 국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온 나라가 적폐를 청산한다고 난리가 아닌데 적폐 중에 악질적인 국회특활비 적폐를 기득권 특권으로 지속하고자 하는 거대 양당들의 치졸한 작태에 국민들의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정신상태가 글러먹은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의 국회의원으로 국민들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라고 하는데 참으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국회에 폐지법안도 발의되고 있는데도 개선이니 영수증 첨부니 하면서 본질을 희석하고 있는 정당들의 모습을 보면 한마디로 수준이하이고 국민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작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얼마나 구리기에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항소를 하느냐 말이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이런 의식구조를 가지고 무슨 민생을 논하고 국민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국회의원들 중에도 국회특활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다수이다. 이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회특활비를 생활비로 써놓고도 거짓말과 말장난으로 이를 희석하는 구차한 모습들을 국민들은 접하며 분개하고 있다. 심지어 몇 억을 썼느니 하면서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난무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집행내역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어떻게 국민혈세가 이렇게 어수룩하게 쓰여 질 수 있는지 참으로 한심한 나라이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고 있어서도 안 된다. 폐지는 마땅하다.
그런가 하면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선거비용을 이중으로 나간 돈이 5개 정당에 155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선거비용을 두 번 주는 사실상의 이중 보전 구조로 지난 18년간 전국 단위선거 때마다 각 정당들은 이중으로 돈을 타내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선거전 정당에 보조금을 먼저 나눠주고 선거후에 후보자들의 비용전액 국고로 보전해주고 이런 모순되고 낭비적인 현행법을 지속하고 있으니 곳간에 쌀이 줄줄 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도 적폐청산 대상이다. 잘못되고 모순된 법은 과감히 뜯어고쳐야 한다. 자신들이 법을 만든다고 국민들의 고통을 아랑곳 하지 않고 눈먼 돈 채가듯이 하면 이는 공인과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이는 마치 국회특활비를 보는 듯하다. 이중셈법이 적용이 되면 스스로 알아서 이실직고하고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지 구렁이 날름거리듯이 받아 챙기면 이는 바른 자세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당 정치사를 보면 알게 모르게 뒷돈과 검은 돈, 부정부패 등이 얼룩져 있다. 이른바 정치자금이니 뭐니 하면서 숱한 일화를 낳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이다. 그 사이에 비극의 종말을 맞은 정치인들이 숱하게 있어 왔다. 정치는 돈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공천은 돈장사’라는 극단적인 말도 생겨날 정도이니 양두구육, 표리부동한 이면정치의 그늘진 과거사를 엿보게 하는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에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돈을 뿌리며 정치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법도 바꾸고 이제는 정치인들이 함부로 돈을 쓰는 것을 차단해 놓고 오히려 정치자금을 후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모든 장치가 국회의원들에게 유리하도록 해놓았다. 여기에다 각종 특권까지 많아 국민들의 눈총까지 살 정도이다. 특권을 내려놓으라고 해도 그 때 뿐이고 국민들의 관심이 시들하면 어영부영 그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자세도 고쳐져야 한다.
누구보다도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리더들이자 나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선량들이다. 정상모리배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돈 없이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검소하고 국민들의 고통과 눈물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쓰고 있는 돈 한 푼 한 푼에 국민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회특활비이건 선거철 정당보조금이건 그 어떤 돈이던 건 간에 한 푼도 낭비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 의회 국회의원들의 검소하고 정직한 모습들을 배워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소박한 자세와 봉사하는 마음으로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부러운 요즘이다. 정치와 돈 그리고 국민의 역학관계에서 무엇보다 가슴에 새겨야 하는 것은 바로 국민이다. 말로만의 국민이 아니라 가슴으로 국민을 담아 정직하고 신뢰받는 정치인의 자세를 가다듬을 때이다. 대한민국의 적폐청산은 정치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지금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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