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내년도 최저임금은 재심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8,350원으로 확정됐다. 2017년 6,47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7,530원으로 16.4% 인상됐고 내년에는 10.9% 오른 8,350원이다. 그러니까 2년 만에 1,880원인 27.3%가 급격히 오른 셈이다. 이는 2020년인 내후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올리기 위한 전초전인데 그 오름세가 너무 가파르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지만 사실 대통령도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이는 무리하게 추진하는 최저임금의 부작용과 후폭풍이 거세기 때문임을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사태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고 오히려 고용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정책이 더욱 중요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너무 급작스럽게 천편일률적인 적용으로 치닫고 있다는데 그 모순점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상승과 물가 인상, 내수 침체 등으로 올 들어 생활에 밀접한 소규모 자영업인 음식점 등이 줄지어 폐업하면서 그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처럼 자영업 폐업이 속출하고 세무 당국에 폐업 신청을 한 폐업자는 지난해 90만 8,076명으로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9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폐업자 수 65만 명보다 더 많고 올해 역대 최고인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이는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장사가 잘 되어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줄 수 있다면 그 이상 더할 나위가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다 망해가는 가게에다 최저임금을 높여주라고 한다면 이를 견뎌낼 재간이 어디 있겠는가 묻고 싶다. 그것도 법적인 강제력을 동원해서 말이다. 초등학생들보고 고등수학을 풀어보라고 요구하는 것과 진배가 없다. 돈 있는 대기업이야 최저임금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중소업체나 자영업자들을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장사가 돼야 최저임금이고 뭐고 하는 것이지 빚내서 최저임금 주라는 격이 된다면 이는 참으로 모순된 정책이고 서민들 보고 죽으라고 하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자영업자들을 죽으라고 내모는 정책이 추진된다면 이는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과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를 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2년 연속 9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견디다 못해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음을 외면하고 그저 최저임금 인상만을 목표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이쯤 되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제도와 정책이 잘못되어 국민들이 고통을 겪는다면 이를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누구에게는 좋고 누구에게는 나쁘고 불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은 그 기초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2020년까지 갈 것도 없다. 당장 1만 원 대로 올려놓고 자영업자들이 죽든 말들 강행하면 된다. 액수만 다른 뿐이지 마찬가지 논법이 적용되고 있어 씁쓰레하다. 그래서 재심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저 결정만이 있을 뿐이고 마이동풍 추진처럼 보인다.
청년실업, 폐업대란, 고용불안 등등이 산재한 대한민국에서 천편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으로 건전한 경제동력과 추동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 정치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지도 묻고 싶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근로자의 생계비, 소득분배율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등을 과연 생각하는지도 묻고 싶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나가떨어져도 그저 최저임금만 인상적용하면 된다는 식이라면 이는 참으로 무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직접 시중에 나가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라. 과연 지금 정상적인 모습인지를 말이다. 지금 제 2의 IMF를 걱정하는 사람들 천지이다.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편의점주들은 아예 가족경영 체계로 돌아서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보다 못 버는 시대를 맞았다고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의 올 상반기 음식점업과 주점업의 소매판매액지수가 95.9로 지난 해 상반기보다 2.6% 하락해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대료 인상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영업비용이 증가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경영난이 극심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런데도 최저임금의 매화타령만 한다면 이는 최저임금 이외의 모든 정책을 포기하며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경제 사이클로 몰아가는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또다시 묻고 싶다. 망한 기업, 망한 업체, 망한 가게에다 대고 무슨 최저임금을 주라고 할 것인지를 궁금하다. 회사 없는 노조가 무슨 의미가 있고 문 닫은 가게에 종업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알고 싶다. 이것은 오늘의 현실이다. 해마다 9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폐업의 길을 걷는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가? 내수부진으로 가득이나 장사가 되지 않는 업장에다 대고 최저임금을 올려주라고 한다면 무슨 재주로 올려줄 수 있는지를 그 방법도 알고 싶다. 최소한 최저임금이라는 이름으로 인상률을 적용하는 논의를 한다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법도 가르쳐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법적인 강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나 몰라라’하고 그저 정책을 결정했으니까 무조건 따르라고 한다면 이는 독선이자 어불성설이다. 결정하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막연하게 매화타령만 한다면 새우등 터지는 것은 애꿎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뿐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국민들이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국정을 말아먹는 위정자들의 한심한 작태도 여태껏 보고 있는 국민들이다. 그리고 정의로운 위대한 결단과 국민적인 저항에도 몸과 마음을 다해온 국민들이다. 이런 훌륭한 국민들이 최저임금이란 이름아래 고통을 겪고 생계수단마저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수십 년을 ‘경제를 살리자’라는 말만 듣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아직도 경제난이고 민생경제, 청년실업, 심지어 폐업대란이란 극단적인 경제용어들이 난무하는 현실이 너무나 ‘아니올시다.’이다. 모든 지표가 부정적이고 서민들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나 몰라라 한다면 이는 국민들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세제개편은 물론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이대로는 대한민국의 민생경제가 도탄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도 나서서 최저임금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할 수밖에 없다며 사과할 정도이니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는 불문가지이다. 폐업대란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정신건강이 걱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영업자들이 촛불대신 솥뚜껑 들고 광화문거리를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탁상공론을 떠나 현실을 바로 보는 경제정책의 추진이야말로 바로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책이자 노사가 함께 상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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